지난주 후반부터 외국인 투자가들의 매도 규모가 크게 줄어들고 '차이나 쇼크'의 진원지였던 중국 상하이 증시가 반등하면서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아온 글로벌 자금의 엑소더스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요인 외에도 북한 문제 등 증시를 둘러싼 리스크가 완화된데다 단기투자 성격이 강한 유럽계 자금의 이탈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만큼 외국인 엑소더스가 8부 능선을 넘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 직후인 지난 12일(-3,034억원)을 시작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하루 최대 7,000억원이 넘었던 외국인의 매도 규모는 28일 394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외국인의 하루 순매도 금액이 1,000억원 이하를 기록한 것은 7거래일 만이다.
이미선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단기성 자금의 성격이 짙은 일부 유럽계 자금의 최근 매도 규모가 올해 초 이후의 순유입액에 맞먹을 정도로 단기간에 집중됐던 만큼 외국인 투자가의 매도 물량도 이제 거의 다 소진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아직 외국계 자금의 추세적 매수세 전환을 논하기는 이르지만 수치로만 본다면 매도 강도가 둔화될 여지는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이 위안화 절하 조치를 단행한 이달 11일부터 27일까지 외국인 투자가들은 국내 증시에서 32억2,800만달러를 순매도했다. 원화로 환산할 경우 약 4조원에 달하는 액수다. 이는 같은 기간 대만(-16억2,700만달러)과 비교해 두 배 가까운 금액이자, 인도(-23억5,600만달러)와 태국(-10억2,900만달러)을 합친 것과 맞먹는 규모다. 한국은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데다 시장 규모가 크고 주식이나 채권을 현금화하기 용이한 구조 탓에 상대적으로 다른 신흥국에 비해 외국인 자금 이탈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자금 이탈을 부추겼던 대내외 불확실성이 점차 완화되고 있는 점도 외국인 매도세 둔화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당초 9월로 예상됐던 미국의 금리인상이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폭락했던 중국 증시가 회복세로 접어들고 배럴당 3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도 다시 반등하는 등 여러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외국인들의 매도세도 다소 둔화되고 있다"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 흐름도 이제 7~8부 능선을 넘어 9부 능선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던 원·달러 환율이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는 점 역시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달 24일 1,999원까지 치솟으며 1,200원에 육박했던 원·달러 환율은 중국 인민은행이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를 발표하고 대북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4거래일 연속 하락해 28일에는 1,173원60전까지 떨어졌다. 변준호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의 변곡점 도래는 곧 증시의 변곡점 도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해소와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외국인 수급의 방향을 결정 짓는 기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명찬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최근의 외국인 매도가 불확실한 환경에 따른 구간 매도 성격이라면 금리인상 여부가 결정되는 9월 FOMC 이후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매도 강도가 둔화되고 순매수로 전환되는 모습도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한국 증시의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여전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저평가돼 있다"며 "다음달 발표되는 중국의 경제지표들의 개선 여부가 확인되면 국내 증시를 짓누르던 악재가 해소되면서 외국인도 저가 매수세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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