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SPA(제조·유통 일괄화 의류) 브랜드가 지방 중소형 도시로 파고들며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최근 3년간 15~30%가량 매출을 키워온 사업 확장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미 포화된 서울·수도권 상권보다는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지방 상권을 매력적인 발판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글로벌 SPA 브랜드 관계자는 "이제 서울이 아닌 지방 도시의 주요 상권이 SPA 브랜드들의 격전지가 될 것"이라며 "몇년 동안 인지도를 쌓는 데 힘을 쏟았던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하고 지방 상권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스웨덴 SPA 브랜드인 H&M그룹은 충청 상권을 공략하기 위해 올 상반기 중에 충주 지웰시티몰에 입점한다. 현재 서울과 인천, 천안, 광주, 대구, 부산 등 주로 광역시 위주로 총 17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H&M은 충주시까지 진출하며 지방 상권에서 본격적으로 입지를 다져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기존 브랜드인 H&M보다 가격과 품질을 높인 프리미엄 브랜드 코스(COS)를 올 3월께 론칭해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는 전략도 동시에 구사한다.
SPA 브랜드 가운데 가장 많은 117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유니클로도 최근 지방 도시에 차례로 매장을 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전주 고사점으로 전북 지역에 첫 매장을 낸 유니클로는 이어 광주 진월점, 아산점 등을 내며 빠른 확장세를 보였다. 유니클로는 지난 연말까지 대전 세이탄방점, 진주 중안점 등 2곳을 추가로 오픈해 28개의 신규 매장을 냈다. 또한 초저가 세컨드 브랜드인 지유(GU)를 국내에 론칭하기 위해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라 역시 현재 40개 점포 가운데 21개가 대전과 대구, 부산 등 지방 광역상권에 있어 앞으로 중소형 도시로 출점을 서두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편 글로벌 SPA브랜드들의 지방 진출로 인해 지방 가두점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토종 패션 브랜드들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세정은 SPA 브랜드들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남성복 브랜드 인디안을 웰메이드로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전 연령대 소비자가 선호하는 기본 제품들은 SPA브랜드처럼 다양한 색상으로 출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조원대 매출을 기록한 세정은 지방에서 전체 매출의 60%를 올리고 있어 SPA 브랜드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형지 역시 프리미엄 아웃렛에 대형 매장을 선보이며 한 자리에서 원스톱 쇼핑을 원하는 중장년층 고객의 변화된 기호에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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