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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사외이사 후보 '30년 롯데맨' 일색

임직원 노후 챙기기로 전락…

"관료 법조계 출신도 많아 제기능 못할 것" 우려


오는 21일 주총을 앞둔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사외이사 후보로 과거 그룹 내에서 장기간 근무했던 인사들이 대거 올라왔다. 사외이사 제도를 임직원들의 노후 챙기기용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회사 경영진과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앉힐 경우 사외이사로서의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며 우려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주요 사외이사 후보들을 살펴보면 과거 정부나 법조계에서 활동했던 경력이 있는 인사들이 대거 올라와 있어 사외이사를 경영진의 독단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보다는 기업과 관련된 각종 제도적·법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과 서스틴베스트 등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고병기씨를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 고 후보는 1981년 계열사인 롯데알미늄에 입사해 지난 2012년 등기임원에서 물러날 때까지 약 30년간 롯데그룹에 몸담았다. 롯데칠성의 김광태 사외이사 후보 역시 롯데그룹에서 한평생 일한 사람이다. 그는 1979년 롯데삼강에 입사한 후 지난 2008년 등기임원에서 사임할 때까지 약 30년간 회사의 특수관계법인에서 근무했다. 또 롯데케미칼의 임지택 후보는 1975년 계열사인 롯데제과에 입사해 2011년 등기임원에서 물러날 때까지 36년간 회사의 특수관계법인에서 일했다.

이들 기업의 사외이사 보수도 상당한 수준이다. 롯데쇼핑의 2012사업연도 사외이사의 평균 연봉은 5,800만원이었으며 롯데케미칼 사외이사의 연봉은 5,000만원 수준이었다.

이민형 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사외이사 연봉이 5,000만원 정도면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사외이사 선임 시 계열사에 장기간 근무한 인사를 선임하는 경우 퇴직 후 충분한 기간이 흘렀다 하더라도 경영진과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황인태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도 "사외이사들의 연봉이 높을수록 기업에 경제적으로 종속될 수밖에 없다"며 "전문성을 기준으로 마땅한 사외이사 후보가 없어 독립성이 약해질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선임해야 한다면 사외이사 보수를 확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이들 기업의 사외이사 후보들에 어떤 의견을 낼지도 관심사다. 롯데쇼핑·롯데알미늄·롯데칠성은 모두 국민연금이 5% 이상 대규모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이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지침은 재무적 투자자의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최근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독립성을 보장할 수 없는 사외이사에 대해 반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롯데칠성 지분 10.14%를 보유하고 있으며 롯데케미칼(7.38%), 롯데쇼핑(6.03%)에 대해서도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사외이사 후보들이 주로 정부나 법조계 출신이라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롯데쇼핑의 또 다른 사외이사 후보인 박동렬씨는 과거 대전지방 국세청장, 국세공무원 교육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세무법인 호람의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곽수근 서울대 교수는 금융감독 자문위원회 초대회장을 맡고 있다. 롯데칠성의 김용재 사외이사 후보는 국세청 운영지원과장, 국세청 감사관실 감찰담당관을 역임했으며 현재 이현회계법인 총괄 부회장을 맡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정동기 사외이사 후보는 과거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 대검찰청 차장 검사를 지냈으며 현재 법무법인 바른의 고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롯데그룹의 경우 사외이사에 정부나 법조계 인사들을 지나치게 많이 앉히고 있다"며 "이는 사외이사로서의 독립성이나 전문성을 고려하기보다는 사외이사를 통해 회사와 관련된 여러 사회적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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