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금리가 시중은행에 비해 더 높은 저축은행은 으레 대출금리가 시중은행에 비해 높다.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시중은행보다 높은 예금이자를 주기 때문에 대출금리도 높다. 그런데 최근 이런 상식(?)이 깨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시장에서는 저축은행이 시중은행보다 더 낮은 대출상품을 내놓고 있다. 4% 후반대 상품도 나왔다. 왜 그럴까.
◇4%대 후반 대출로 승부하는 저축은행=SC제일은행 계열 SC저축은행은 지난해 11월 하순부터 연 4.76~4.96%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신저축은행도 지난해 12월부터 연 4.95%(최고 연 6.46%)짜리 아파트담보대출 특판 상품을 출시했다. 대출 기간이 1~3년으로 짧지만 낮은 금리가 장점이다. 저축은행 평균 부동산 담보대출 금리 9~10%의 절반 수준이다. 4% 후반대 금리는 시중은행보다도 대체로 낮다. 은행들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은 평균 5%초반, 고정금리대출상품은 일부 예외가 있지만 이보다 소폭 높다. 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은 출범에 따른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낮은 금리 상품 출시에 동참할 움직임이어서 대출금리 인하경쟁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의 정상 흐름 왜곡할 수도=저축은행들은 지주사로부터 낮은 수준의 자금을 조달해 금리인하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실제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채 금리는 연 3.75% 선. 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은 자기자본의 3배 이내로 계열사에서 돈을 빌려올 수 있는데 여타 저축은행에 비해 낮은 금리로 조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저금리가 적정한 것이냐에 대해서는 이론이 적지 않다. 저축은행은 나름대로의 영역이 있고 금리 역시 그에 맞추는 것이 수요ㆍ공급의 원리에 맞다는 얘기다. 더욱이 최저금리라는 홍보에도 불구하고 심사가 까다로워 실질 대출 규모는 낮을 수 있다. 비 금융지주계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역마진 가능성이 높다"면서 "시선을 끌기 위한 마케팅일 뿐 실질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점포 수가 적어 접근성도 힘들고 4%대의 대출을 받는 고객은 대부분 우량고객일 텐데 이들이 저축은행을 활용하겠냐는 것이다. 금융지주에서 자금을 조달한다고 하더라도 규모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반짝 상품으로 끝날 수 있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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