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후2시50분 한재권 개성공단기업협회장과 입주기업 대표들은 남북출입국사무소(CIQ)에서 잔류 근로자들을 맞이하며 "정부의 갑작스런 잔류인원 전원귀환 결정에 매우 당혹스럽고 그 결정이 사실상의 공단 폐쇄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사전협의나 통보가 없었던 점은 유감스럽지만 우리 정부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받아들이기로 했다"면서도 ▲거래선 소유의 제품, 원부자재 관리ㆍ보호를 위한 구체적 대책 마련 ▲남북 당국 간 대화 지속적 추진 ▲실질적인 피해보전대책 수립 ▲4월30일 입주기업 방북 승인 등을 정부에 강력하게 요청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생산설비와 기반시설을 갖추는 데만 1조원 가까이의 투자금이 들어간데다 거래선 및 신용 상실, 원부자재 및 완제품 미반출 손실, 일부 업체 부도, 협력업체 피해 등까지 고려하면 피해규모는 10조원 내외까지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행히 폐쇄 사태는 피하더라도 공장 가동 중단 장기화만으로도 최소 수천억원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A입주기업 대표는 "개성공단이 반드시 재개돼야 하기 때문에 근로자가 돌아오는 상황도 '철수'가 아닌 '귀환'으로 표현해야 한다"며 "정부가 입주기업들이 공단 재개 때 정상적으로 재기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피해기업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최대 70억원 한도에서 투자금의 90%까지 보상해주는 남북경제협력사업보험이 유일하다. 이마저도 최소 한달 이상의 사업 정지가 보상 요건인데다 전체 123개 기업 가운데 27개 기업은 보험에 가입조차 돼 있지 않다. 중소기업청이 28일 개성공단 입주 피해기업을 대상으로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 및 대출자금 상환유예 신청을 받겠다고 황급히 나서기는 했으나 정부 차원의 좀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업체들의 입장이다.
B입주기업 대표는 "계속 경협보험금을 내오다가 불황으로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지난달부터는 보험도 더 이상 들지 않았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개성공단으로 인한 피해는 일단 회사 보유자금으로 어떻게든 틀어막는 수밖에 방법이 없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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