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할 통합 삼성물산 출범이 임박한 가운데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이 맡게 될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초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대주주이지만 등기이사직은 맡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최근 제일모직·삼성물산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책임 경영'에 대한 요구도 커지면서 미묘한 상황 변화가 감지된다.
이에 따라 삼성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의 등기이사 회장직을 맡는 방안을 포함해 다양한 카드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직을 맡을 경우 각각 삼성물산 지분 5.5%씩을 보유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 부문 사장의 역할에도 연쇄 위상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의 실질적 리더이기는 하지만 자칫 경영 일선에서 밀려났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탓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머지않은 미래에 오너 3남매가 계열 분리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감안 하면 등기이사직을 모두 겸직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직을 아예 맡지 않거나 맡더라도 회장 직함까지는 갖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여전히 제기된다. 더구나 이 부회장이 계열사가 되는 삼성전자 부회장직을 유지하면서 지주회사 격인 삼성물산 회장직에 올라서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평가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책임 경영도 중요하지만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병상에 있는 상황이라 중요 결정은 뒤로 미룰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서일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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