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회에서나 복지국가에 대한 열망은 강하다. 복지제도가 잘 정착된 사회민주주의 국가 건설을 지상 목표로 하는 지식인들도 많다. 물론 복지국가 건설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문제도 많다. 오늘은 복지제도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문제점은 없는지, 또 바람직한 복지제도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복지제도에는 첫째, 시장에서의 소득분배가 이뤄지고 난 후 정부가 여러 정책을 통해 소득분배를 수정하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국민연금ㆍ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무상교육, 무료 의료서비스 등이다. 둘째, 정부가 복지정책의 대상자로 분류하는 사람들의 소득결정 과정에 직접 개입해 원하는 소득분배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제ㆍ가격지지정책ㆍ공공임대주택정책 등이 여기에 속한다. 복지정책은 기본적으로 온정주의(paternalism)에 바탕을 두고 있다. 소득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정부가 조세나 상업활동의 통제를 통해 이들의 물질적 생활 향상을 꾀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사회 전체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 문제와 사람들이 일할 유인(誘因)이 떨어지는 등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정도가 심할 경우 이른바 ‘복지병’이라는 늪에 빠져 경제 전체를 후퇴시키거나 파탄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가격은 정보전달 기능, 유인제공 기능, 그리고 소득분배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 정보전달 기능은 수요와 공급의 변화 상황을 가격이 각 경제주체에게 전파하는 기능을 말하며 유인제공 기능은 각 경제주체들이 가격변화가 의미하는 시장 상황의 변화를 인지하고 그에 대처하도록 하는 기능을 말한다. 또 각 경제주체가 얻는 소득은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해 얻는 수익에서 이를 생산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차감한 것인데 수익은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생산요소인 노동, 토지, 건물, 그리고 기타 자본재에 대한 지불로 구성되며 이는 다시 각자가 소유하는 생산요소의 양과 시장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가격의 자원배분 기능 중 사람들이 불만스럽게 여기는 것이 소득분배 기능인데 불만은 주로 특정 개인이 소유하는 생산요소의 종류와 그 양에 관한 것이다. 불만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자신이 소유하는 생산요소의 종류와 자신의 능력이나 선택과는 상관없이 다른 사람들의 선택이나 어떤 사회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물론 그러한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개인이 어떤 생산요소를 보유하는 정도는 기회의 문제이며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 선택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어떤 지적 능력과 신체적 건강을 타고나느냐는 기회가 결정하고 이런 기회에 따라 타고난 능력을 어떻게 발전시켜나가느냐 하는 것도 기회의 문제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주체적인 선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떤 직업에 종사할 것인가, 자원을 어떻게 조합해 사용할 것인가, 어떤 모험을 할 것인가, 오늘을 즐기기 위해 내일을 희생할 것인가 등은 모두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으며 이런 선택에 따라 소득은 달라진다. 즉 자신의 소득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선택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선택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격은 이러한 선택을 인도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이다. 복지정책은 가격의 소득분배 기능을 정보전달 기능 및 유인제공 기능과 분리한다는 점에 그 특징이 있다. 즉 정보전달과 유인제공 기능은 가격이 맡도록 하고 소득분배 기능은 정부가 담당함으로써 생산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평등한 소득분배를 이루려는 것이다. 그러나 ‘분배방식이 생산을 결정한다’는 데 복지정책의 어려움이 있다.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또 얼마나 위험한 일을 할 것인가는 생산물의 분배가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 어려운 일을 열심히 한 결과의 전부나 일부가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일할 유인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즉 가격의 소득분배 기능을 정부가 맡아 소득재분배에 초점을 두면 정보전달 기능과 유인제공 기능도 함께 작동하지 않으므로 생산은 크게 줄어든다. 가격의 세 기능은 분리 가능한 것이 아니므로 정부가 소득재분배에 큰 비중을 두더라도 생산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증가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착각이다. 복지정책은 처음 의도한 효과를 달성하기가 어려운 분야 중의 하나이다. 그 자체가 대부분 생산적이라기보다는 소비적이기 때문이다. 또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복지정책의 수혜자들도 투표권을 가지므로 복지 지출이 꾸준히 커져 경제를 압박하는 특성을 지닌다. 그렇다고 근로능력이 없는 노약자들과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사람들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폐지할 수도 없다.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복지정책은 그 지속성을 위해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복지정책에 따른 사람들의 일할 유인 등의 인간 행동을 충분히 고려한 경제적 논리에 입각해 설계해야 한다. 복지정책은 효율과 평등 간의 타협을 불가피하게 요구하지만 생산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시해야만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도 건강하게 지킬 수 있다. 물론 경제를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를 과학적으로 면밀하게 정의할 수는 없으나 밀턴 프리드먼이 제안한 음소득세율(陰所得稅率)을 검토할 수 있다. 음소득세율이란 개인별 또는 가구별로 최저 소득에 미달한 금액 중에서 정부가 보조하는 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100만원이 부족할 때 100만원을 모두 보조하면 음소득세율은 100%이다. 음소득세율이 100%이면 일을 안할수록 정부 보조액이 커지므로 일하려는 유인이 줄어든다. 최저 소득에 미치지 못하는 개인이나 가구가 더 열심히 일해서 40만원을 더 벌면 정부 보조금은 40만원 감소하므로 열심히 일할 유인이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프리드먼은 미국 소득세의 최고 세율인 50%를 음소득세율로 제안한 바 있다. ◇음소득세율(陰所得稅率ㆍnegative income tax rate)=개인별 또는 가구별로 정해진 최저 소득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 중에서 정부가 보조하는 금액의 비율. 100만원 부족시 100만원을 보조하면 음소득세율은 10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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