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기와 함께 물가가 ‘상고하저(上高下低)’ 추이를 보이면서 하반기 물가가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올 들어 원자재 가격 급등과 환율 상승으로 수입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0%대의 급등세를 보이고 있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당초 예상됐던 3%대 초반에서 3%대 중반으로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수출입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수입물가 상승률은 22.2%에 달해 1월보다 1%포인트 높아졌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49.4%나 높아진데다 원화가치 하락으로 순수 환율 효과의 상승분도 3%포인트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환율 효과를 제거한 외화표시 수입가격 증가율은 지난달 19.4%를 기록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3월에는 환율 상승속도가 더욱 가팔랐기 때문에 수입물가는 더욱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가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이처럼 원자재가와 환율이라는 두 요인이 동시에 물가를 끌어올리는 작용을 함에 따라 올해 물가전망은 당초 예상치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경제전망치를 조정한 삼성경제연구소의 경우 지난해 말에 3.0%로 내다봤던 2008년 물가상승률을 3.3%로 대폭 높여 잡았다. 상반기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한은의 물가목표치(3.5%)를 웃도는 3.6%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하반기에는 3.0%로 다소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하반기의 물가안정은 지난해 하반기의 기저 효과에서 비롯되는 부분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유와 곡물 가격 상승세가 본격화했기 때문에 상승률이 둔화되는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3% 중반을 웃도는 지금과 같은 급등세는 하반기 들어서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연구소 측의 지적이다. 분석 결과 국제유가가 상승할 경우 소비자물가는 두바이유 가격과 2개월의 시차를 두고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 유가 초강세가 상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최소한 오는 8월까지는 소비자물가가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업 경영과 서민살림을 뿌리부터 위협하는 ‘물가 폭탄’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국제유가가 오르는 시기에는 두바이유 가격과 물가 간 상관관계도 높아지기 때문에 고유가의 파장은 앞으로 당분간 더욱 강도가 세질 것으로 우려된다. 유가와 수입물가 간 상관계수는 통상 0.51 수준에 머물지만 두바이유가가 상승세를 보인 2002년 이후로는 0.73으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와 2개월 선행된 소비자물가와의 상관계수 역시 통상 0.29에서 유가 상승기에는 0.4까지 올라갔다. 연구소는 “올 상반기까지 초고유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기 때문에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수입물가 폭등세가 이어지고 그보다 상관관계는 낮지만 소비자물가도 최소한 8월까지는 지금과 같은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달 경제전망치 조정 작업에 돌입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물가 동향에 가장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동철 KDI 선임 연구위원은 “아직은 하반기 이후 물가가 다소 안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이라며 “예상이 빗나갈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KDI는 지난해 전망 당시 올해 국제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75달러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지금은 100달러를 돌파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당초 2.8%로 예상했던 올해 소비자물가는 대폭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르면 다음주 경제전망치를 수정 발표할 LG경제연구원은 당초 3.2%를 제시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대 중반으로 올릴 예정이며 3.3%의 물가전망을 했던 한은도 상향 조정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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