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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7시30분 김포공항 국제선청사. 해외로 여름휴가를 떠나려는 여행객들로 북적대는 2층 출국장과는 달리 1층 입국장은 이른 시간 때문인지 다소 한산한 분위기였다.
잠시 후 적막함을 깨고 입국장의 출입문이 열리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1박 3일의 고된 강행군을 마치고 돌아와서일까. 그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아침 일찍부터 공항으로 마중을 나온 부인 서영민 여사와 장남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의 얼굴과 마주하자 금새 미소를 머금었다. 김 회장의 이번 출장 길에 동행한 3남 김동선씨도 고된 출장 일정에 지친 듯 머리에는 까치집을 짓고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무언가 좋은 성과를 이뤄냈다는 뿌듯한 표정이 엿보였다.
올해로 환갑을 맞은 김 회장은 웬만한 젊은이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강도 높은 출장 일정을 마치고도 인터뷰 내내 피곤함보다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지난 5월 말 우리나라의 해외 건설 역사상 최대 규모인 80억달러 상당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수주에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초대형 수주 계약이 진행 중임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추가 사업 수주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아직 구체적인 수주 규모나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깜짝 놀랄 만한 성과를 기대해도 좋다"고 답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사실 김 회장은 이라크 재건사업에 '올인' 하다시피 할 만큼 그룹의 명운을 걸고 있다. 올 5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의 계약 체결 차 이라크를 찾은 지 두 달 만에 또다시 이라크 출장 길에 오른 것도 '기회의 땅' 중동에서 미래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이라크 정부는 미국과의 오랜 전쟁으로 황폐화된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 총 700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국가 재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번 출장기간에 비스마야 건설현장을 찾아 근로자들을 일일이 격려한 뒤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은 하늘이 우리나라에 준 절호의 기회"라며 "이라크 신도시 건설을 통해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건설현장에 본인이 직접 머물 야전숙소를 마련해둘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과거 1970년대 중동 건설 붐이 일었을 때도 한화건설의 전신인 태평양건설에서 해외사업 담당 임원으로 근무하며 현장을 직접 진두지휘한 바 있다.
이 같은 김 회장의 열정에 감탄한 사미 알 아라지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 위원장은 직접 공항까지 배웅 나와 마지막까지 손을 흔들며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김 회장의 다음 출장지는 동남아시아다. 태양광 발전 및 생명보험 사업 등의 동남아 진출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그는 지난해 6월 베트남∙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캄보디아∙미얀마 등 동남아 5개국을 방문해 현지 정관계 인사들과 투자 방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김 회장은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우리나라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사격에 대해서도 "그동안 애써 투자한 보람이 있다"며 매우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기자에게 악수를 청하고는 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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