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TV 시대와 달리 스마트폰 시대에는 현대인들이 동영상을 즐기는 시간이 매우 짧아졌어요. 이제는 10분 이내의 짧은 1인 영상 시장이 기존 상업 영화 시장과 별도로 형성될 것이라 봐요.”
KT의 ‘제5회 올레 국제 스마트폰 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지난 9일 압구정 CGV 주변 카페에서 만난 봉만대(사진·45) 영화감독은 “스마트폰으로 찍은 영상 화질도 기존 필름·디지털 카메라 영상과 별 차이가 없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영화 시장도 1인 미디어 시대가 열리면서 격동기를 맞았습니다. 영화를 꼭 영화관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찍고 공유하고 즐기는 형태로 다양해질 것입니다.” 1999년 영화 ‘도쿄 섹스피아’로 데뷔한 봉 감독은 오는 17일 ‘덫: 치명적인 유혹’이라는 신작 개봉을 앞둔 탓에 일정이 바쁨에도 이번 영화제에 부집행위원장 자격으로 참여했다.
봉 감독은 지난 2010년 ‘맛있는 상상’이라는 영화를 통해 스마트폰 촬영을 처음 도입한 스마트폰 영화의 선구자이다. 아이폰이 막 국내에 상륙했을 당시 ‘스마트폰으로도 영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이준익 감독 등 다른 감독 9명과 의기 투합해 영화제를 만들었다. 지난 2011년부터 벌써 5회째 영화제 집행위원을 맡고 있다. 1회 때만 해도 국내에서만 470편이 출품됐으나 이번 영화제에서는 한국뿐 아니라 홍콩·중국·남미 등에서 경쟁부문 823편, 시나리오 20편, 소셜무비 160편 등 총 1,003편이 출품됐다. 봉 감독은 영화제 외에도 지난 7월부터 KT 올레스퀘어에서 시작된 ‘스마트폰 영화아카데미’ 강사로도 나서는 등 스마트폰 영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초창기보다 영상 화질도 좋아지고 관련 어플도 많이 나와 실내 좁은 장면, 자동차 추락 장면 등 기존 고가·대형 장비로 찍기 어려운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찍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어요. 출품작도 초기에는 영화 문법에 충실한 대학생 작품이 많았다면 이제는 이를 파괴하는 창의적인 일반인 작품이 많습니다.” 그는 이어 “스마트폰 기술 진화 덕분에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용도도 사진·텍스트에서 동영상으로 확실히 넘어가고 있다”며 “과거에는 일반인이 영화를 찍으려면 카메라 대여·필름 현상 등 부담이 많았으나, 이제 스마트폰으로 촬영·편집까지 모두 가능해져 카메라 대여점과 편집·믹싱 전문가 사이에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 영상을 판단하는 기준을 신대륙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 비유하며 “각자의 개성이 담긴 실험적인 영상이 급격히 늘면서 영화를 바라보는 기준과 시각도 달라져야 할 것 같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일반 영화 문법의 틀에서 영상의 질을 판단해야 할지, 이를 완전히 배제해야 할지 과도기 상태라는 것이다.
봉 감독은 스마트폰 영화인들에게 “스마트폰 영화는 현재의 한계인 오디오 부분만 해결되면 한 단계 더 진화할 것”이라며 “‘한 명이 보는 영상도 이제 영화’라는 생각으로 쉽게 생각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으려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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