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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김 리더십… 함영주 행장의 반전 매력

90도 인사 등 낮은 자세 스킨십에 본점 임직원은 되레 바짝 긴장

"지방서 오랫동안 영업조직 운영… 본점-지점 역학관계 변화 있을 듯"

지점 목소리 반영하는 센터 신설

김정태(왼쪽 네번째)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 세번째) KEB하나은행장이 지난 12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한마음 페스티벌'에서 임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개회 선언 터치버튼을 누르고 있다. 이번 행사는 KEB하나은행의 통합을 기념해 마련됐으며 하나금융투자·하나카드·하나생명 등 총 11개 관계사 및 해외 임직원 등 2만3,000여명이 참여했다. /사진제공=하나금융

"행장이 착해 보인다고요? 앞으로 본점 부서들은 바짝 긴장해야 할 겁니다."(KEB하나은행 임원)

자산 규모 1위 통합 KEB하나은행이 이달 출범한 가운데 함영주 초대 행장의 스타일이 은행 내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엘리트 풍모가 풍기던 김병호 전 하나은행장이나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지던 김한조 전 외환은행장과는 달리 함 행장은 만나는 사람들마다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할 정도로 소탈한 '섬김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옛 하나은행이나 외환은행을 거쳐갔던 은행장들 사이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함 행장의 깜짝 발탁에 어리둥절하던 은행 임원과 부서장들도 일관된 그의 낮은 자세에 감화된 분위기다. 함 행장은 취임 후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첫 임원·지점장 워크숍에서 비록 달변은 아니었으나 강한 호소력으로 임원과 지점장들을 사로잡았고 130개 테이블을 빠짐없이 돌며 '발군의 술 실력'도 보여줬다는 후문이다.

함 행장이 이처럼 낮은 자세로 직원들을 대하고 있으나 본점 부서들은 긴장감이 팽배하다. 행장이 '지방에서 올라온 영업통'이라는 점이 본점 부서들로 하여금 좀처럼 마음을 놓지 못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KEB하나은행의 한 임원은 "행장이 지방에서 오랫동안 영업조직을 이끌었기 때문에 지방 조직이나 지점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본점 부서에 대한 문제의식도 상당할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는 본점과 지점의 역학관계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의 조직도에는 이 같은 함 행장의 스타일이 잘 녹아 있다. 은행 영업의 '머리'라고 할 수 있는 영업기획본부 안에 신설된 '영업혁신지원센터'는 말 그대로 지점의 목소리를 듣고 은행을 바꿔나가는 조직이다. 이선환 KEB하나은행 영업기획본부장은 "지점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취합해 은행의 각종 제도 개선에 반영하고 가장 영업하기 좋은 은행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만든 부서"라고 설명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같은 서울은행 출신으로 김 회장의 복심으로 알려졌지만 김 회장에게 '할 말은 한다'는 점은 함 행장의 반전 매력이다. 김 회장이 최근 통합은행 인사와 관련, "임원들이 너무 많이 살아남았다. 한 번 더 인사를 해야겠다"고 농담을 던지자 함 행장이 "하시지도 않을 텐데 그런 얘기는 임원들 사기를 생각해서 좀 자제해달라"고 일침을 놓았다는 후문이다.

은행장 비서실장으로 전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인 김지성씨를 임명한 것 또한 김 회장이 아닌 함 행장의 결정이었다는 게 은행 핵심부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김 회장 또한 인사 내용을 담당부서로부터 보고받기 전까지 김지성 전 노조위원장의 선임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인수은행인 외환은행 출신들은 또 다른 이유로 함 행장을 반기고 있다. 함 행장의 전직이 하나은행 부행장이기는 하지만 같은 피인수은행(서울은행) 출신인데다 오랜 지방 생활로 하나은행 안에서도 함 행장의 특정 계파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행장이 아무리 낮은 자세로 임해도 행장의 계파가 분명하면 피인수은행 직원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KEB하나은행의 한 직원은 "아직 평가하기에 이른 시기이기는 하지만 두 은행의 화학적 통합에 적합한 인사였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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