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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AIIB 가입 막차] 지배구조·세이프가드 등 국제기구 기준 충족해야

■ 정부 전제조건 재확인

中 의사결정권 독점 방지위해 이사회 투명·공평성 담보 필요

美 우려 반영하고 실리도 챙겨


정부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조건으로 지배구조와 세이프가드 문제 등에 있어 국제금융기구로서 합리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동안 미국과 우리 정부는 중국이 전체 지분의 50%를 보유하는 구조와 집행부 중심의 운영체계는 국제관례나 투명성·공평성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해왔다. AIIB 창립 회원국으로 가입할 수 있는 시한이 이달 말로 다가옴에 따라 가입에 앞서 가장 중요한 기준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18일 "AIIB 가입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은 지배구조와 세이프가드 등의 조건을 충족하느냐 여부"라며 "그간 이 문제를 중국 측에 계속 강조해왔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2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 회의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지배구조와 세이프가드 등에 있어 국제금융기구로서 합리성이 충족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해왔다"며 "이 문제만 해결되면 가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주도로 AIIB 설립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각 회원국들이 목소리를 제대로 내려면 이사회의 투명성과 공평성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얘기다. AIIB가 출범 이후 주요 사업을 진행할 때 투자 의사결정 등에 있어서 이사회 중심 구조가 돼야 그나마 투명성 문제가 담보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지배구조의 핵심은 결국 이사회의 투표권이 어떻게 분산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 정부는 중국이 이사회에서 의사 결정권을 독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를 적극 개진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우리 정부로서는 경제적 실익과 최대 동맹국인 미국의 우려 등을 두루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미국 역시 AIIB 참여 여부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국제기구로서 합당한 수준의 투명성 요구 등 같은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AIIB에 대한 정부 입장은 명확하게 일관돼 있다"며 "어떤 새로운 다자기구라도 세계은행이나 지역 개발은행이 구축한 높은 수준의 대출 관련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AIIB 가입은 각 국가가 선택할 문제지만 참여국은 투명성 제고를 위한 광범위한 감독권 및 안전장치 등 높은 기준을 채택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이사회 지배구조와 함께 세이프가드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의 또 다른 당국자는 "아직 세이프가드 등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환경·노동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가치와 규범을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AIIB가 국제금융기구로서 위상을 갖추려면 환경 파괴나 아동노동 착취 등을 막기 위해 선진국 수준의 기준을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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