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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현대家 '정주영 신드롬'

현대重·현대그룹·제철등 불굴의 기업가 정신 강조<br>위기극복 동력으로 삼아<br>모태 현대건설 인수 대비 "명분 쌓기위한것" 분석도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에 마련된 아산 기념 전시실을 찾은 방문객들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을 둘러보고 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범현대가에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신드롬'이 나타나고 있다. 불굴의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며 숱한 위기를 극복했던 정 명예회장을 '불황극복 아이콘'으로 등장시켜 위기극복의 동력으로 삼고 있는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 명예회장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점을 강조해 향후 현대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ㆍ현대그룹ㆍ현대제철 등 범현대가는 최근 다양한 방법으로 정 명예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활용해 임직원들의 불황극복 의지를 북돋우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정 명예회장의 여섯째 아들인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 지난해 정 명예회장을 TV광고에 등장시켜 '적통성 논쟁'을 일으킨 바 있는 현대중공업은 올 들어 울산 본사에 정 명예회장의 삶과 업적을 기리는 '아산기념 전시실'을 개관했다. 또 최근에는 러시아 연해주에 여의도 면적의 33배 크기인 1만㏊의 농지를 소유ㆍ운영하고 있는 하롤 제르노사를 인수하며 농업 분야에도 진출했다. 가난한 소작농에게서 태어나 생전에 서산농장을 일구는 등 농업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던 정 명예회장의 뜻을 이어받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정 명예회장의 다섯번째 아들인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부인이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는 현대그룹도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정 명예회장이 총력을 쏟았던 금강산 관광 등 대북사업이 지난해 관광객 총격사망 사건과 최근 북한의 로켓발사 등으로 심각한 고착상태에 빠졌지만 현정은 회장은 "대북사업은 정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드는 것"이라며 강력한 추진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날 초고속 엘리베이터 테스트타워를 완공하고 정 명예회장의 호를 따 '현대아산타워'로 명명했다. 현 회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현대아산타워에는 기술입국 정신으로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국민들의 윤택한 삶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셨던 고 정 명예회장의 숭고한 기업가 정신이 담겨 있다"며 다시 한번 정 명예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강조했다. 정 명예회장의 장남인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ㆍ기아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제철은 내년 4월 가동을 목표로 무려 5조8,400억원을 투입해 충남 당진에 연산 8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고 있다. 정 명예회장이 지난 1977년 일관제철소 설립계획을 발표한 뒤 30여년 만에 숙원이 이뤄지는 셈이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은 부친의 유지를 실현하기 위해 한달에 2~3차례씩 현장을 직접 방문하며 건설을 독려하고 있다. 이재욱 AT커니 대표는 최근 열린 한 세미나에서 "맨손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한 제2의 정주영이 필요한 때"라며 "불굴의 기업가 정신이야말로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고 정 명예회장의 기업가 정신이 불황극복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범현대가의 '정주영 신드롬'은 단순한 불황극복을 위한 수단을 넘어서 현대건설 인수의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범현대가의 모태라 할 수 있는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기업이 창업주의 적통성을 이어받는다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ㆍ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가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물밑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범현대가가 앞 다퉈 본인들이 적자임을 주장하기 위해 정 명예회장을 재등장시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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