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상귀를 백이 어떤 방식으로 선점하느냐는 기풍의 문제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장쉬는 삼삼으로 두었는데 강훈9단은 가에 소목으로 두는 것이 나아 보인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강훈의 얘기는 단호했다. “삼삼에 두었기 때문에 백이 후수가 되었는데 소목에 두었더라면 흑이 걸쳐올 때 손을 빼어 우하귀까지 차지할 수가 있었을 것이다.” 백84는 정말로 이 방면에서 선수를 뽑아 보겠다는 착점이다. 흑85로 점잖게 물러난 것은 정수. 참고도1의 흑1로 덥썩 잡는 것은 유인에 넘어가는 길이다. 백은 2에서 6까지를 선수로 두고 우하귀로 달려갈 것이 자명하다. 백90에 또 10분을 쏟아붓는 장쉬. 흑91은 15분. 그냥 91로 뛰어드느냐 아니면 99의 자리에 역협공을 하느냐를 놓고 고민한 것이었다. 그 우열은 단언하기 어렵지만 유창혁은 실전쪽을 간명하다고 본 듯하다. 장쉬의 백100은 다시 15분만에 놓였다. 이 부근의 공방이 승부와 직결될 전망이므로 쌍방이 장고를 주고받으며 고심하고 있다. 어쨌거나 장쉬의 백100은 해설실의 고수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호방한 수로군. 일본식 기합인가.”(강훈) “괜찮아 보여요. 리듬을 구하겠다는 것이지요.”(루이) 상식적인 수라면 나에 보강하는 것인데 그것이면 흑다로 되어 백이 좀 싱겁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고 참고도2의 백1로 터를 넓히는 것은 흑2로 움직이는 수를 허용하여 백의 불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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