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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유보금 논란] "대부분 현금 아닌 공장·토지… 과세는 회계 기본도 모르는 발상"

대기업 유보금 443조 달하지만 현금성 자산 67조 수준 그쳐

보유비율은 美·日 절반도 안돼

재계 "있던 공장 허물고 다시 투자 하라는 말" 불만

배당 늘려도 국내 소비 안늘고 외국인들 배만 불려 줄 우려도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직무대행이 1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포럼'에서 "기업들이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비판에 불과하다"며 사내유보금 과세 방안에 강력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사진제공=경총

재계는 정부가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 회계의 'ABC'도 모르는 발상이라는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대차대조표와 회계의 기본을 알면 사내유보금에 과세를 한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내수를 부양할 이렇다 할 방안을 찾지 못하자 기업으로 화살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월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면 투자에 영향을 주지 않고 배당만 촉진해 오히려 투자가 위축된다"며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2기 내각의 경제사령탑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엉뚱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던 사안이다. 최 부총리는 더구나 "사내유보금에 과세한다고 투자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경제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라며 과세 논리를 정면 반박한 바 있다.

재계도 "사내유보금으로 투자를 한다고 해서 유보금이 줄어드는 게 아니다"라면서 "유보금을 투자로 돌리라는 것은 기존에 지어진 공장을 허물어 다시 투자하라는 것과 같은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재계의 고위관계자는 "사내유보금이라는 말 때문에 마치 기업들이 회사 내부에 수십조원을 쌓아놓고 있는 것처럼 비친다"며 "사내유보금의 대부분은 공장이나 기계 등에 투자돼 있는 것이고 실제 보유한 현금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유보금과세, "회계의 기본조차 모르는 발상"=사내유보란 기업 설립 후 벌어들인 이익 중 배당하지 않고 회사 내부에 남아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을 더한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이 물건을 팔아 번 돈 중에 배당을 하지 않고 남은 것이고 자본잉여금은 주식 발행 시 액면가를 초과한 금액처럼 자본거래를 통해 생기는 이익이다.

문제는 사내유보금 가운데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은 적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3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443조4,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현금성자산은 67조5,000억원 수준이다. 사내유보금이라고 해서 443조원을 다 현금으로 들고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는 사내유보금이 현금보다는 공장과 기계설비, 토지 등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회계적으로는 외부에 나가지 않고 사내에 남아 있기 때문에 사내유보로 보는 것이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중 세금과 배당을 통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기업 내부에 남겨둔 금액"이라며 "그 중 대부분은 재투자돼 토지와 건물·공장·설비 등의 형태로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서 사내유보금으로 투자를 한다고 해서 사내유보금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사내유보금 가운데 있는 현금으로 공장을 짓는다고 해도 계정만 현금에서 실물자산(공장)으로 바뀔 뿐 실물자산도 회사 내부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사내유보금의 총합은 변하지 않는다.



◇배당 늘려도 소비 안 늘고 외국인 배만 불려=물론 현금성 자산을 배당으로 쓰면 사내유보금이 줄어든다. 회사 안에 있는 돈이 밖으로 나가는 탓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도 논란의 소지는 있다. 배당을 늘리면 사내유보금은 줄고 배당을 받은 이들이 소비를 늘릴 것이라는 예상은 가능하지만 그 과실이 누구에게 가느냐가 1차 관건이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상장사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이 32.9%, 기관 16.1%, 정부 3.3% 등이다. 삼성전자만 해도 외국인 지분율이 50%에 달하고 현대자동차도 약 44% 수준이다. 배당금액을 높이면 외국인들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사내유보소득에 대한 과세는 1991년 비상장법인에 한해 정상적으로 배당하는 상장법인 주주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도입한 적이 있지만 배당을 늘리는 효과는 적고 법인세를 낸 후 또 과세한다는 이중과세라는 지적 때문에 2001년 폐지됐다"며 "주주 간 형평성 문제로 논의할 수는 있지만 경기부양책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금성 자산 보유비율도 외국보다 턱없이 낮아=일각에서는 사내유보금에 대한 정의를 고려하더라도 대기업들이 갖고 있는 현금성 자산 자체가 많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내놓는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보유 비율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한경연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 상장기업(금융사 제외)의 총자산 대비 현금성 자산 보유 비율은 9.3%다. 미국(23.7%)이나 대만(22.3%), 일본(21.4%), 유럽(14.8%)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특히 개별 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도 많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투자나 자금결제, 긴급자금 등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업종별 특성과 회사 사정에 따라 적으냐 많으냐가 갈리는 것이지 일괄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한 대기업의 관계자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쉽게 말하면 비상금으로 볼 수 있는데 매출이 수십조원 하는 회사에서 수천억원 수준의 현금성자산 보유는 당연한 것"이라며 "되레 현금성 자산이 부족하면 흑자부도를 맞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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