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은 조(兆) 단위의 대형 거래가 속속 체결되며 지난 10년 새 가장 큰 규모인 635억달러(약 69조8,500만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M&A 재무자문 순위 10위 가운데 국내 증권사 및 회계 법인은 네 곳에 불과해 국내 M&A 시장의 외국계 증권사 독식 현상이 더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가 2일 집계한 올 상반기 리그테이블 자료에 따르면 국내 M&A 시장 총 거래액은 635억달러(중복금액 제외)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증가했다. 상반기 거래금액 기준으로 지난 2005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올 상반기 국내 M&A 시장의 과실은 주로 외국계 증권사들이 가져갔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하우스쿠퍼스의 한국 사업을 담당하는 삼일PwC가 304억8,000만달러 규모의 딜을 자문하며 1위를 차지한 것을 제외하면 10위권 안에 드는 국내 업체는 3곳에 불과했다. 삼일PwC는 올 상반기 최대 딜인 SK C&C의 SK 인수 및 일본소프트뱅크의 쿠팡 투자, 하림그룹과 JKL컨소시엄의 팬오션 인수 등 총 28건의 M&A 딜을 주관했다. 2위는 골드만삭스가 차지했다. 골드만삭스는 대성산업의 디큐브시티 매각 등 총 4건, 281억달러(약 30조원) 규모의 딜을 자문했다. 그루폰의 티켓몬스터 매각을 주관한 모건스탠리가 총 271억달러(약 23조원)로 3위, 삼성전자의 심프레스 인수를 주관한 씨티그룹(267억달러·약 29조원)과 SK C&C와 SK의 합병을 공동자문한 크레디트스위스(267억달러·약 29조원)가 공동 4위에 올랐다. 국내 업체 가운데서는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인수와 두산인프라코어의 몽타베르 매각을 자문한 삼정KPMG가 111억달러(약 12조원)로 6위, 제이콘텐트리의 한국멀티플렉스투자 인수를 주관한 삼성증권이 110억달러(약 12조원)로 7위를 기록했다. 삼성증권과 삼정KPMG는 지난해 각각 1위와 3위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외국계 증권사에 밀려 순위가 크게 하락했다. 하나금융지주(19억달러·약 2조원)와 NH투자증권(14억달러·약 15조원)은 각각 9·10위를 차지했다.
올 상반기 중 거래가 규모가 가장 큰 M&A 거래는 SK C&C가 관계회사 SK주식회사를 267억2,000만달러(약 29조3,920억원)에 인수한 건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로 큰 딜은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09억3,000만달러(약 12조원)에 인수하는 거래이며 3위는 비스테온의 한라비스테온공조지분 매각 딜로 최대주주인 비스테온이 보유지분 70%를 한국타이어와 사모투자펀드(PEF)인 한앤컴퍼니에 36억2,000만달러(약4조원)에 넘겼다.
블룸버그 M&A팀의 한 관계자는 "삼성과 한화그룹 간 빅딜, 한라비스테온공조와 LIG손해보험 매각 등 올 상반기에 굵직한 딜들이 많았지만 주요 딜은 외국계 증권사들이 싹쓸이하면서 국내 M&A 자문시장에서 외국계 독주 현상이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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