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012년 9월 폐지한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을 2년 만에 부활시키는 것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9·1부동산대책에서 청약 1순위 가입요건을 간소화하고 유주택자 감점제를 없애는 등 청약규제를 대폭 완화했지만 위례 신도시 청약 광풍 등 가수요가 기승을 부리면서 일부 청약시장에 투기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와 함께 정부는 9·1대책 후속조치로 국민주택의 입주자 선정요건에서 부양가족 수에 대한 가산점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같은 순위 내 경쟁에서는 청약통장의 납입 금액과 횟수만으로 입주자가 산정된다.
국토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21일 "주택거래시장과 분양시장 간의 괴리가 너무 큰데다 일부 지역에서 분양권 불법전매 같은 국지적 투기 바람이 불고 있다"며 "민영주택에 한해 재당첨 제한을 다시 도입하는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9·1대책 후속조치 마련을 위해 최근 각계 전문가로부터 광범위하게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재당첨 제한 제도 부활은 주택시장 정상화의 순기능 못지않게 역기능도 존재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며 "조만간 확정할 주택공급 규칙 개정안에 부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이 부활될 경우 서울 등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을 대상으로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제도 폐지 직전 지역별 재당첨 제한 기한은 1~5년이었다.
정부가 온탕냉탕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 카드를 만지작대는 것은 분양과 기존 주택거래시장 간 괴리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위례 신도시 등 일부 지역에서는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떴다방'이 등장해 불법전매와 투기를 부추기지만 기존 거래시장은 서울 강남과 목동 등 일부 재건축시장을 제외하곤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지 않고 있다. 수급 조절을 위해 민간 부문 신규 아파트의 공급을 억제해야 한다는 정부 방침도 부활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정부가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 제도를 전면 폐지한 2012년에는 연간 미분양 주택이 7만여가구에 달할 정도로 주택경기가 최악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미분양 주택이 4만가구대로 줄어든 가운데 새 경제팀의 강력한 규제완화 바람을 타고 주택건설사들이 밀어내기식 신규 아파트 공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토부 내에서도 미분양 주택이 예전처럼 쌓일 경우 겨우 불씨를 살린 부동산 경기가 다시 고꾸라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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