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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업계 "황금알 낳는 거위서 미운 오리 새끼로"

가격 급락에 고철업계 고사위기<br>글로벌 금융위기로 중국·국내 수요 급감 영향<br>美·日産수입가 올 고점대비 50~70% 떨어져<br>일부기업 절반값으로 투매… 부도설도 나돌아


“정말 죽을 맛이에요. 어떤 회사 사장은 자살했다는 소문도 들립니다.” 경기도에서 고철 유통업을 하는 한 사장은 최근 시황을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배어 있었다. 그는 “이대로 조금만 더 가면 우리 회사도 부도가 날 게 뻔하다”며 “혹시 고철이 필요한 회사를 아느냐”며 되물었다. 올해 중순까지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던 고철이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했다. 지난해 말부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고철 가격이 지난 7월 이후 급락했기 때문. 최근에는 건설경기 침체로 거래마저 실종되면서 야적장을 잡아먹는 ‘재고 귀신’이 돼가는 처지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고철을 시장가격의 절반에 내다파는 투매에 나서고 있으며 몇몇 업체들에 대해서는 부도설마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강사들이 주로 수입하는 미국ㆍ일본산 고철 가격이 7월 이후 50~70% 가까이 하락했고 국내 고철 가격도 올해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 지난해 초 1톤당 200달러대였던 미국산 고철은 올 7월 523달러로 2배 이상 올랐다. 하지만 8월부터 급락해 이달에는 182달러로 2년 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산 고철도 7월 731엔으로 고점을 찍은 직후 급락을 거듭해 현재는 3분의1 수준인 192엔에 거래되고 있다. 국산 고철 역시 6월 68만원으로 최고를 기록한 직후 수직강하해 이달에는 32만7,000원으로 절반 이상 떨어졌다. 한때 교문을 떼어가는 ‘고철 도둑’이 급증할 정도로 시장성이 높았던 고철의 가치가 급락한 것은 중국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직후 중국 내 수요가 급감한데다 글로벌 금융위기마저 겹치면서 국내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고철 가격이 떨어지자 고철업계는 고사 직전에 내몰리고 있다. 기준가격보다 20~30%가량 싸게 내놓아도 팔리지 않아 하루하루 늘어가는 재고를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 실정. 여기에 재고유지에 들어가는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일부 영세기업들 사이에서 기준가격의 절반에 고철을 내다파는 투매가 성행하면서 고철 가격 급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한 고철업계 사장은 “고철 유통업을 20년째 하고 있는데 지금 같은 상황은 처음”이라며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하루에 수십대의 트럭이 고철을 싣고 나갔지만 요즘은 하루에 1~2대가량만 출고되고 있다”고 전했다. 강병호 철스크랩협회 사무총장은 “고철업계의 경영난이 심각해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정부 역시 마땅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며 “낮은 가격에라도 고철이 팔리면 일단 회사는 운영할 수 있지만 현재는 거래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대로 가다가는 도산하는 업체들이 줄을 이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고철을 사용하는 현대제철ㆍ동국제강 등 대형 제강사들도 최근 잇따른 감산으로 고철 재고량이 평소보다 2배 가까이 늘어 신규 구매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한 제강업체의 경우 평소 20~30일치 정도로 유지했던 고철 재고가 최근 들어 30~35일치로 늘어났다. 특히 이들은 약 2개월 전 고철 가격이 정점에 달했을 때 미국ㆍ일본 등으로부터 고가에 고철을 매입한 상태라 더욱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강업체들은 평소 거래하던 고철업체들에 하루 고철 입고량을 지정해주는 이른바 ‘딱지’를 나눠줘 고철 구매량을 조절하고 있을 정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제강사들도 최근 환율상승으로 막대한 환차손을 입고 있으며 하루하루 늘어나는 재고 때문에 비용지출이 늘어나고 있다”며 “현재는 고철시장 예측이 매우 힘든 상황이라 신규 매입을 줄인 채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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