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예탁금 등 증시 주변 자금이 줄어들면서 수급 공백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증시 조정이 길어질 조짐을 보이자 차익실현을 통해 현금과 안전자산을 늘리고 관망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고객 예탁금은 지난 8일 기준 13조4,682억원으로 지난달 9월24일 15조2,401억원에 비해 1조7,719억원이나 줄었다. 코스피와 코스닥시장 신용융자잔액 역시 이달 들어 축소되면서 9월30일 대비 1,415억원 줄어든 4조7,377억원을 기록했다. 고객 예탁금이 줄어드는 이유는 출구 전략에 따른 시중 금리 상승 가능성, 3ㆍ4분기 이후 기업 이익에 대한 불확실성, 글로벌 경기의 더블딥 우려 등으로 증시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주식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빠져나간 자금은 예금ㆍCMA 등 안전자산으로 흘러들어갔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은행들이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예금을 재유치하기 위해 고금리 상품을 잇따라 내놓아 고정금리 상품의 상대적인 매력도는 높아지고 있다. 또 CD금리 상승에 따른 부동산 대출금 상환에도 펀드 환매 자금 등이 쓰였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현주미 신한금융투자 명품PB센터 강남 지점장은 "증시 반등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는 일부 고객들이 펀드 환매 자금과 대형주 차익실현 자금을 출금해 은행 예금이나 CMA와 같은 안전자산 쪽으로 자산을 재배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명희 한화증권 서초G-Five지점장은 "1,600선이 깨진 후 반등하자 투자자들이 오히려 현금화하려는 심리가 강하다"며 "RP형 CMA계좌나 단기 CP로 자금을 굴리며 증시 동향을 살피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CMA 계좌의 잔액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금투협에 따르면 9일 기준 CMA 잔액은 지난달 말 대비 1조 1,847억원 증가한 40조1,206억원을 기록했다. CMA 잔액이 40조원을 넘어선 것은 8월 말 이후 약 한달 만이다. MMF 환매 대금 역시 대부분 은행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돼 증시 '우군'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한 금융기관의 자금담당자는 "은행들이 MMF에 넣어뒀던 자금을 연말 자금 수요를 위해 다시 은행권으로 환입시키고 있다"며 "개인과 법인들 역시 증시가 조정을 보이자 MMF 자금을 위험자산으로 돌리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투명한 장세가 지속되자 증시 거래대금도 크게 줄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은 4조7,541억원으로 석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나라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 역시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어 수급 공백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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