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3차 구조조정까지 마친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금감원의 상황이 마치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시시포스의 돌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금감원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 등을 하고 2ㆍ3차 저축은행 구조조정은 엄격하게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에 대한 '비판의 화살'이 날아오는 데 대한 하소연이다. 권 원장은 "시시포스가 산 꼭대기에 바위를 가까스로 올려놓으면 다시 굴러떨어지고는 했는데, 금감원에 대한 평가도 그런 것 아닌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3차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거진 몇 가지 사안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들여다보겠다는 결의도 내비쳤다. 대표적인 게 미래저축은행의 김찬경 회장이 영업정지 직전에 우리은행에서 200억원을 인출한 것을 꼽았다. 권 원장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 우리은행에 대해 검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원장은 "김 회장이 인출하기 전날 우리은행에 요청을 한 뒤 영업시간이 지난 다음에 200억원을 인출했다"면서 "영업시간 끝난 뒤 인출하다 보니 거액 인출 사실을 바로 파악하지 못했고 그 다음날 영업이 시작되면서 잔액 차이를 보고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대주주의 신용불량 등의 여부를 자산 3,000억원 이하의 저축은행까지 확대해 꼼꼼히 들여다 보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권 원장은 "대주주의 적격성 심사를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검토가 필요하지만 김 회장 사태로 좀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3차 구조조정에서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4곳은 지난해 2차 구조조정 당시 '적기시정조치 유예 저축은행'이었는데 경영 정상화의 시간을 준 게 되려 피해만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자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항변했다. 권 원장은 "경영 정상화의 시간을 주면서 해당 저축은행들이 사옥이나 계열사를 팔았고 또 불안감을 느낀 예금자들의 예금 인출도 많아서 공적자금의 투입도 줄일 수 있는 측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곧바로 퇴출을 했을 경우 더 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돼야 했고 예금자들의 피해도 더 클 수 있었다는 것이다. 권 원장은 "결과만을 놓고 볼 때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한 곳 중 상당수가 영업정지됐지만 당시 평가에서는 기회를 더 주는 게 일치된 의견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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