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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스토리] 관동대지진과 경성 증권시장

1923년 9월1일 발생한 관동대지진의 피해상황과 경성증권취인소의 휴장을 보도한 신문기사.

위문복 하나대투증권 e-Business지원부 부부장

90년 전인 1923년 9월1일 오전11시58분. 토요일 점심식사를 준비하던 평온한 일본의 관동지방에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 진동이 워낙 강렬해 지진계가 파손돼 진도를 측정할 수 없는 규모였다.

지진발생 2시간도 지나지 않아 도쿄과 요코하마 등 주요 도시는 불길에 휩싸였다. 불길은 이틀간 도시의 70%를 태우고 9월3일에야 겨우 잡혔다. 사망자는 40만명에 달했다.

지진의 피해가 이렇게 컸던 이유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지진발생 시간이 점심식사 직전으로 집집마다 다다미방에 화로를 피우고 요리를 하고 있었던 때라 화재로 인한 2차 피해가 컸다. 가옥이 불에 타기 쉬운 목재로 지어졌다는 점과 서로 바짝 붙여져 지어졌다는 점, 때마침 강풍이 불었다는 점도 들 수 있다.

일본의 대지진 소식은 조선의 경성 금융가를 강타했다. 월요일부터 경성과 인천뿐 아니라 부산ㆍ군산ㆍ대구의 취인소도 전부 문을 닫았다. 미두시장은 닫혔지만 정미 가격은 폭등했다. 28원70전에 거래되던 4등 합격품은 월요일에 30원58전으로 급등을 하더니 화요일 오전에는 32원에 매매되며 3원30전이나 폭등했다. 대지진 공포로 쌀값 폭등과 관동지방의 구제미 제공을 위해 일본 정부에서 쌀을 대규모로 매입했기 때문이다.



거래가 중단됐던 경성취인소는 일주일 만에 문을 다시 열었다. 동경취인소도 일본흥업은행 본점 내에 임시사무소를 설치하고 가건물을 지으며 재개장 준비에 들어갔다. 거래가 재개된 경취의 오전 시장에서는 전종목이 폭락세를 보이며 거래가 성립되지 않았다. 오후2시에 입회를 재개했으나 상장주식 36종목 중 단 한 종목만이 거래가 성사됐다. 지진발생 직전의 종가가 39원60전이었던 경성주식현물취인소주식 당한(1개월 선물)은 30원40전까지 폭락해 거래 재개 당일에만 23.2%나 폭락을 했다. 이후 관동대지진으로 인한 경성 금융가의 피해를 극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됐고 투자자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주식시장에서는 개별 주식의 시세에 영향을 미치는 재료와 함께 시장 전체의 방향을 바꾸는 대형사건도 간혹 발생한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볼 때 개별주식의 위험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회피할 수 있지만 분산투자에 의해서도 제거될 수 없는 '시장위험'도 존재한다. 그러한 시장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투자의 '비중 조절'이다. 자기의 자산과 계좌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투자 비중으로 자연재해나 테러 등 예상하지 못한 '외생변수'를 극복할 수 있다. 단순하지만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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