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보통신 장비 산업이 살아나려면 우수한 외국 기업과 협력모델을 구축해야 합니다. 지멘스와 손잡은 다산네트웍스나 LG-노텔이 대표적인 경우죠.” 정수진 노텔코리아 사장은 “국내 통신장비 업체들이 ‘우물안 개구리’에 머물다 보니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장비시장은 유달리 텃세가 심한 탓에 해외진출이 쉽지 않고, 이는 가격 경쟁력 약화로 직결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캐나다에 본사를 둔 세계적 통신장비 업체 노텔은 지난 1월 합작사 ‘LG-노텔’을 설립키로 LG전자와 합의한 바 있다. 다음은 정 사장과의 일문일답. -LG전자와 노텔의 합병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 ▦노텔로서는 이번 합작이 한국에 연구개발(R&D) 투자를 한다는 개념이다. 한국 R&D 인력의 경우 기술력과 스피드가 뛰어난 반면 인건비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노텔은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고임금의 느린(slow) 인력을 줄이고 한국처럼 빠르고 비용이 저렴한 곳으로 R&D를 집중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앞으로 국내 통신장비 시장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나. ▦통신장비 시장은 지난 2000년을 정점으로 해마다 줄다가 2003년부터는 정체국면에 접어들었다. 한정된 시장에서 홈네트워크, 와이브로, DMB, WCDMA 등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도 시장의 파이는 커지지 않는다. 때문에 장비업체들은 규모를 키워야만 생존할 수 있다. -‘LG-노텔’ 설립으로 국내 WCDMA 시장공략이 본격화 될 것 같은데…. -▦현재 수준의 WCDMA는 EV-DO와 차별성이 없기 때문에 이동통신사 입장에서 투자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인 ‘HSDPA’는 EV-DO를 훨씬 능가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투자할 때가 됐다. SK텔레콤은 HSDPA 투자 집행을 서두르고 있고, KTF도 연내 투자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 중소 장비업체의 살 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개인적으로는 기술력이 뛰어난 중소업체와 컨소시엄을 만들어 세계시장에 도전해보고 싶다. 한국은 특히 홈네트워크나 유비쿼터스 분야의 발전속도가 빠르다. 노텔같은 기업과 함께 해외에 건설되는 첨단 신도시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큰 기회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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