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보다 빚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가계의 채무 상환능력이 사상 최악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부채는 802조원으로 전년의 743조원에 비해 7.9% 늘어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개인가처분소득 증가율(5.8%)을 상회하는 증가세다. 이에 따라 금융부채를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배율은 지난 2007년 1.36배에서 2008년 1.40배로 상승,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이는 처분 가능한 소득이 100만원이라면 빚은 140만원 있다는 얘기다. 가계의 금융부채/가처분소득 배율은 ▦2002년 1.21배 ▦2003년 1.18배 ▦2004년 1.13배 ▦2005년 1.20배 ▦2006년 1.29배 등이었다. 김용선 한은 안정분석팀 차장은 “관련 통계를 1990년까지 연장해 추정해보면 배율이 이렇게 높은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배율이 계속 올라오는 추세를 감안하면 지난해 가계의 채무 상환능력은 사상 최악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부동산ㆍ주식 등 자산가격의 상승을 감안한 실질금융부채는 지난해 538조6,000억원으로 전년의 474조1,000억원보다 13.6% 늘었다. 실질금융부채를 실질가처분소득으로 나눈 배율은 0.98배로 전년의 0.89배에 비해 올라갔다. 금융자산 증가액에서 금융부채 증가액을 뺀 금융잉여는 마이너스 94조5,000억원으로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이는 가계의 보유주식 및 펀드의 평가손실 확대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2007년 43.3%에서 2008년 47.8%로 확대돼 실물자산 처분 없이 금융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가처분소득 대비 지급이자 비율은 올해 5.8%로 지난해 7.5%에 비해 떨어질 것으로 추정됐다. 대출금리의 급속한 하락으로 가계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기업 역시 수익성 및 재무건전성 악화로 채무부담 능력이 크게 나빠졌다. 지난해 상장기업의 매출액 순이익률은 2.5%로 전년에 비해 3.5%포인트나 하락했고 대기업 부채비율은 외부차입 증가 등으로 102.5%를 기록, 2003년 이후 처음으로 100%를 넘어섰다. 한은은 “금융부채가 늘어난 가운데 수익성ㆍ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능력도 떨어지고 있어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앞으로 기업의 채무감내 능력이 약화되면서 도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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