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ㆍ이자가 부담돼서…’ ‘수입이 필요해서…’ ‘평수 줄이려고….’ 강남권의 잘 나가던 아파트들이 잇따라 교환매물 시장에 나오고 있다. 수요가 자취를 감추면서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다급해진 집주인들이 중소형 아파트나 상가 등으로라도 맞바꾸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는 것. 29일 일선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강남구ㆍ송파구 일대에서 이른바 잘 나가던 아파트들이 속속 교환 시장을 두드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세 17억원짜리 강남구 대치동 L아파트 48평형을 갖고 있던 K씨는 최근 이 아파트를 인근 지역의 30평형대와 교환하기 위해 중개업소에 매물로 내놓았다. 대출금이 6억원에 달해 월 이자만 300만원 이상 나가다 보니 이를 감당하기 버거워 졌기 때문이다. 최근 강남권 집값이 하락세로 반전돼 더 이상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도 이유다. 여기에 만만치 않은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더 이상 고가의 중대형 아파트를 계속 보유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중개를 맡은 중개업소 측은 “단지규모도 작지 않지만 워낙 거래시장이 죽어 있어 일반 매물로 내놓아도 팔리지 않으니 궁여지책으로 교환매물로 내놓은 물건”이라며 “하지만 거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송파구의 45평형 아파트를 교환매물로 내놓은 L씨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갈아타려는 경우다. L씨는 12억원짜리인 이 아파트에 웃돈을 조금 더 주고라도 상가로 바꾸려고 생각 중이다. L씨는 “전세를 끼고 있어서 그런지 몇 달째 매물로 내놓아도 찾는 사람이 없다”며 “노후를 대비해 안정적 수익이 보장되는 상가로 바꾸는 게 안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심지어 최근 입주가 이뤄진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도 교환매물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11억원인 형이 교환매물 리스트에 올라 있다”며 “지역의 랜드마크인 수천가구 규모의 매머드급 아파트가 교환매물로 나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강남권의 대단지 아파트가 잇따라 교환매물로 나오고 있지만 실제 거래가 성사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관측이다. 대치동 A공인 관계자는 “워낙 요지의 아파트들이다 보니 마땅한 교환대상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개업소들은 강남권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도 실제 거래 성사가 어려운 이유로 꼽고 있다. 송파구 B공인 관계자는 “가격을 낮춰 내놓아도 수요가 없는데다 지난해 집값이 크게 올라 당장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데 누가 섣불리 고가의 아파트를 사려고 하겠느냐”며 “거래가 워낙 안되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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