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현대차 컨소시엄 3사는 26일 각사별로 이사회를 열고 한전부지 인수를 최종 승인한 다음 입찰가를 정하게 된 경위와 절차 등을 이례적으로 소상히 밝혔다. 아울러 한국전력과 본사 부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컨소시엄 참여 기업별 분담비율은 현대차 55%, 기아차 20%, 현대모비스 25%로 확정됐다. 현대차그룹은 매매계약 체결과 함께 인수금액의 10%인 1조550억원(9,999억9,999만9,999원의 입찰 보증금은 이미 납부)을 계약 보증금으로 냈다.
현대차그룹이 이날 매매계약 체결과 함께 입찰가에 대한 경위 등을 적극 설명하고 나선 것은 고가 낙찰을 두고 벌어지는 주가폭락과 배임 논란, 노조 반발 등 후유증을 서둘러 정리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한전부지 입찰 마감일인 17일과 한전부지 매매 계약일인 26일 두 차례에 걸쳐 열린 3개 계열사 이사회의 진행 경과를 설명했다.
현대차 측에 따르면 입찰 참가 이전에 열리는 1차 이사회에서는 구체적인 입찰가는 논의되지 않은 채 입찰참가 이유, 자금여력·경쟁상황·입찰조건 등을 이사회에 설명하는 절차만 거치면 된다. 이사회는 가용자금 범위 내에서 입찰에 참가하도록 대표이사에게 입찰서류 제출권한을 위임하게 된다. 특히 한전부지 입찰처럼 경쟁입찰로 진행되는 경우에는 입찰 직전까지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고 응찰가에 대한 기밀 유지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1차 이사회에서 입찰가격은 보고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경쟁입찰이라는 상황을 고려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안건을 의결한 후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만큼 입찰가 결정 과정을 둘러싸고 불거진 이사진의 배임 논란은 불식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설명은 일부 시민단체가 제기한 이사진 배임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개혁연대는 현대차그룹 3개사의 이사들이 1차 이사회에서 '백지위임'을 한 것으로 확인되면 이사들을 상대로 배임 혐의로 고발하겠다는 뜻을 비쳐왔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측은 1차 이사회를 전후해 이사회에서 위임받은 대로 현금성 자산 및 영업활동 현금흐름 등을 고려한 가용자금 범위 내에서 입찰가를 정했다는 설명이다. 올 상반기 말 현재 3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현대차 17조6,558억원, 기아차 5조7,276억원, 현대모비스 6조1,022억원 등 총 29조4,856억원으로 매입비용 자체를 조달하는 데 별다른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지난 10년간 강남권 땅값이 연평균 9% 이상 오른 점 등을 고려해 미래가치의 상승 가능성이 현금보다 한전부지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건설되면 연간 2,400억원에 달하는 그룹 계열사 사옥 임대료를 절감할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가치창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8조원 이상의 재산가치가 창출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갖는다고 현대차그룹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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