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반에 회복의 기운이 퍼지고 있다지만 정작 이를 일자리로 만드는 경기의 연결고리는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 여기에 대기업과 고소득층의 투자ㆍ소비가 중소기업과 중하위 계층의 소득증대로 이어지는 이른바 ‘하방침투(tricle downㆍ트리클다운) 효과’도 소진되는 모습이다. 이는 국민들이 경기가 살아나고 있음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경기가 ‘공(空)회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소득과 일자리 증대 없이 성장률만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는 살아난다는데 일자리는 안 늘어=3ㆍ4분기 GDP 성장률은 4.4%. 성장률 1%당 고용창출 효과를 7만8,000명 정도로 계산한다면 지난 10월 고용은 적어도 30만명 이상은 됐어야 한다. 하지만 10월 전체 취업자는 전년동월보다 28만4,000명이 느는 데 그쳤다. 9월 23만9,000명에 이어 두달째 20만명대에 그친 셈이다. 7월 43만4,000명, 8월 46만5,000명이 늘어났던 것과 비교하면 고용부진이 심상치 않다. 이에 따라 올들어 월평균 취업자 증가 수도 29만9,000명으로 정부의 일자리 목표치인 30만명대를 밑돌았다. 성장률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일자리 증가세는 거꾸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일자리의 불일치=제조업 일자리 감소가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1ㆍ4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1만8,000명이 줄어들더니 9월에 9만6,000명, 10월에 8만1,000명씩 감소하는 등 하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이를 만회해야 할 서비스업은 정체상태다. 8~10월 석달 동안 계속 40만명 안팎의 증가추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설령 서비스업이 늘어난다고 해도 단시간 고용직이 많아 고용의 효과는 그만큼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90년대 미국도 제조업의 고용이 줄고 서비스업에서 흡수했다”며 자연스런 현상으로 보았지만 고품질 서비스업 일자리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갈수록 약해지는 경기의 연결고리=일자리 증가가 예상을 밑돌고 있는 것은 가늘어진 경기의 연결고리가 복원되기는커녕 약해진 탓이다. 이는 성장률과 실질소득 증가율의 괴리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실질소득을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교역조건이 나빠지면서 1ㆍ4분기 0.5%에 이어 2ㆍ4분기에는 0%로 떨어졌다. 국내총소득(GDI) 증가율도 2ㆍ4분기 0.3%에 이어 3ㆍ4분기에 0.2%까지 떨어져 이변이 없는 한 GNI는 3ㆍ4분기에도 0.2% 정도로 부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러다 보니 GDP 성장률과 GNI과의 격차도 3% 이상으로 벌어졌다. 생산은 많이 되는데 소득이 늘지 않다 보니 소비로 연결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10월 고용 부문에서 도소매와 음식ㆍ숙박업의 일자리는 0.5% 감소, 11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했다. 그나마 소비가 있어도 기업과 가계, 그리고 국내와 해외로 양극화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국민계정상 해외소비는 1ㆍ4분기 3조800억원에서 2ㆍ4분기에 3조2,070억원으로 늘더니 3ㆍ4분기에는 4조원 안팎까지 급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소비가 국내 투자나 고용ㆍ소득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 근본 원인이기도 하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와 달리 상류층의 소비패턴이 양보다 질을 중요시하고 해외소비를 늘리면서 하위 계층으로 소득이 흘러가는 하방침투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며 “성장률이 올라가도 국민들이 이를 느끼지 못하는 요인도 여기에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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