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주식에 투자하는 ‘이스트스프링차이나드래곤AShare자(H)[주식]클래스A’펀드는 최근 3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 2.10%다. 반면 같은 기간 ‘이스트스프링차이나드래곤AShare자(UH)[주식]클래스A’펀드는 수익률이 마이너스 5.24%로 3%포인트나 낮다.
투자 대상과 운용역, 운용 스타일이 같은 ‘쌍둥이펀드’의 성과가 이처럼 다른 이유는 펀드 이름에 붙은 ‘U’자 하나 때문. 환율을 일정 시점에 고정해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을 방어하는 ‘환 헤지’를 할 경우 펀드명에 ‘H’표시를, 환헤지를 하지 않을 경우는 ‘UH’표시를 해 구분한다.
최근 원ㆍ달러 환율이 1,100원대 붕괴 우려가 나올 만큼 하락하는 등 원화강세 현상이 이어지면서 환율을 고정한 환헤지 펀드가 환에 노출된 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18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순자산 10억원 이상의 해외주식펀드 중 환헤지와 노출 선택이 가능한 펀드 25쌍의 최근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환헤지 펀드들이 환노출 펀드보다 평균 4%포인트 이상 높은 수익률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펀드를 제외한 대부분 해외펀드는 1차적으로 원화를 미국 달러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환헤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2차로 달러를 투자국 통화로 환전할 때에는 헤지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해외주식펀드가 원ㆍ달러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주식에 투자하는 교보악사글로벌마켓파워자펀드의 경우 환헤지 펀드는 최근 3개월 5.28%를, 환노출 펀드는 3.71%를 기록했다. 거래 대부분이 달러로 이뤄지는 원자재 펀드들도 환헤지 여부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블랙록월드광업주자(주식)(H)(A)가 환차손을 방어하며 8.39%를 기록한 반면 노출형 펀드는 4.70%에 그쳤다.
환노출을 선택한 중국 본토 펀드들은 위안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원화 강세속도가 더 빨라 환헤지 펀드들보다 오히려 수익률이 떨어졌다. 동양차이나본토주식펀드가 H형과 UH형이 각각 마이너스 2.92%, 마이너스 7.15%로 격차를 보였고, 미래에셋China A Share 자(H형 -2.40%, UH형 -6.37%), 한국투자네비게이터중국본토자(H형 -4.85%, UH형 -8.08%) 등도 환헤지펀드 수익률이 우세했다.
서정두 한국투자신탁운용 AI운용본부장은 “해외주식펀드의 경우 달러와 현지 통화간 헤지를 하지 않아도 원ㆍ달러 간 환 고정이 이뤄지면 ‘환헤지’펀드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환헤지 여부를 선택할 때 이 같은 상품 구조를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펀드마다 환헤지 비율이 다르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펀드 별로 100% 헤지하는 경우도 있고, 일부만 하는 경우도 있어 환차익(손)이나 헤지 비용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환헤지가 현재 상황에서 환율 변동에 대한 리스크를 고정하는 장치라 그 만큼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환율 급변땐 수익률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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