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럽위기 해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증시 투자심리가 개선되자 외국인들이 정보기술(IT) 업종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ECB의 조치로 유로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정책 기대감에 따른 매수세가 그동안 훼손됐던 투자심리를 되살리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6.69포인트 오른 1,829.16으로 마감하며 닷새 만에 1,820선을 회복했다. 업종별로는 삼성전자의 실적호전 소식에 전기전자 업종이 4.78% 올랐고, 그동안 유럽발 악재로 크게 하락했던 은행(2.96%)과 증권(2.92%), 금융(2.76%) 등의 경기민감업종도 모처럼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가 5.20% 급등하며 123만3,000원까지 뛰어 올랐고 LG디스플레이(7.31%)와 LG이노텍(8.66%)도 3ㆍ4분기 호실적 전망에 급등했다. SK하이닉스도 3.68% 올랐다.
전날 드라기 총재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글로벌 투자 컨퍼런스에서 "ECB는 위임 받은 권한 내에서 유로를 지키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돼 있다. 나를 믿어달라. 조치는 충분할 것"이라며 시장 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경제에 대한 우려로 이들 국가의 국채금리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는 등 '최악의 상황'에서 나온 그의 발언에 유럽 주요 국가와 미국 뉴욕 증시는 동반 상승했다. 특히 ECB는 내달 2일 금융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있어 드라기 총재의 이번 발언은 조만간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매입, 장기대출 프로그램 재가동, 금리인하 등의 강력한 조치를 내놓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것은 외국인들이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4,700억원 넘게 사들이며 닷새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선물시장에서도 5,000억원 이상 사들이며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외국인들은 특히 전기전자업종에만 3,800억원 가까이를 쏟아 부으며 IT주를 집중 매수했다.
유주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ECB가 돈을 푼다고 해서 유로존의 시스템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의 반등이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다만 단기적인 측면에서 볼 때 그동안 훼손됐던 심리가 드라기 총재의 발언과 정책 기대감으로 개선됐다는 점이 시장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국인의 매수세에 대해서도 "심리개선에 따른 자금 유입으로 ECB가 국채 매입 프로그램(SMP)을 재개하고 내달 1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3차 양적완화(QE3)에 대한 기대감을 이끌어 나간다면 큰 변수가 없는 한 외국인의 매수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도 "드라기 총재의 발언이 시장에 긍정적인 이슈인 것은 분명하다"며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도 강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만 유럽 차원의 공동 대처라기보다는 ECB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입장 표명이었던 만큼 '드라기 효과'가 지속적으로 시장 방향을 바꿀만한 요인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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