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의 연금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계자산에서 보험 및 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으로 예금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3년 3·4분기 중 자금순환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 2,586조2,000억원에서 보험 및 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8.6%(740조4,000억원)로 장기저축성예금(25.4%·656조5,000억원)을 역전하며 1위로 올라섰다.
보험 및 연금 비중은 △2002년 말 21.4% △2005년 말 21.7% △2007년 말 22.7% △2011년 말 25.7% 등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정유성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노후생활 안정을 위한 연금수요가 증가하고 정부가 연금소득 분리과세 확대 등 세제혜택을 늘리면서 금융자산에서 보험과 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장기저축성예금은 금융위기 이후 2007년 25.2%에서 2008년 29.1%로 일시적 증가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저금리 기조로 2011년 이후 비중이 줄었다. 예금은행 가중평균 수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2007년 말 5.74% △2009년 말 3.71% △2013년 10월 말 2.59% 등으로 떨어졌다.
주식은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지면서 금융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말 20.1%에서 지난 3·4분기 말 15.3%로 하락했다. 수익증권도 같은 기간 9.7%에서 3.1%로 3분의1 토막이 났다.
한편 3·4분기 비금융법인기업은 매출부진 등의 영향으로 자금부족 규모가 20조9,000억원을 기록해 전 분기(1조3,000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비금융법인기업은 동양사태 여파로 주식·회사채 등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이 2·4분기 14조6,000억원에서 3·4분기에는 11조3,000억원으로 축소됐고 은행차입금 등 간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은 11조7,000억원에서 17조6,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정 팀장은 "기업들의 자금부족은 설비투자보다는 매출부진에 따른 영향이 크다"며 "동양사태에 따른 자금조달 영향은 4·4분기에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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