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IT코리아 위협하는 사이버 검열] <상> 명확한 기준을 만들자

메신저는 일상… '프라이버시 보호' 법·제도 개선 공론화해야

고소·고발 없어도 수사… 검찰 선제 대응에 문제

영장 발부 기준 강화 등 공권력 남용 억제 필요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가 13일 기자회견에서 검열 논란과 관련해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국내 정보기술(IT) 업계는 사이버 검열 논란이 카톡을 넘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공동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연합뉴스


이동통신사들은 현재 법원의 영장 없이도 고객정보를 수사당국에 제출하고 있다. 지난해 이통사들이 수사기관에 제출한 고객의 개인정보 신상 건수는 1,000만건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 2008년(563만건)의 2배 정도에 달하는 규모다.

사이버 검열은 이처럼 인터넷·통신 등 국내 정보기술(IT) 업계 전반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이버 검열은 범죄 수사 등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 하지만 '카톡발 사태'에서 보듯 수사당국의 과도한 검열은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사이버 검열 논란이 확산되자 김진태 검찰총장은 14일 "다음카카오 대표가 감청 영장집행에 응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는데 그 정확한 취지는 모르겠으나 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본다"면서도 "법치국가에서 법을 지키지 않겠다고 나서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감청에 응하지 않겠다'는 이석우 대표의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이버 검열이 인터넷 업계 전반으로 확산됨에 따라 국내 IT 업계가 공동 대응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검열' 논란과 관련해 국가기관의 정보 요청, 사업자의 정보 제공이 어느 선에서 이뤄져야 할지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공권력 남용 막을 수 있는 기준 만들어야=우선 첫 단계로 정보를 요청하는 수사기관과 사법당국의 공권력 남용을 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기관의 높은 정보 접근성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병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전자통신사업자 중 포털 등의 인터넷사업자는 2012년 말부터 영장 없는 통신자료 제출을 중단하고 있지만 이통사들은 의무사항이 아님에도 여전히 통신자료를 제출하고 있다. 문 의원은 "통신자료도 통신사실확인자료 등과 같이 법원의 영장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당사자에게 자료 제출사실을 통보하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 명예훼손 전담팀의 카카오톡 감시에 대한 개선과제'라는 글에서 몇 가지 개선사항을 제시했다. △명예훼손의 비형사화 내지 친고죄화 △법원의 영장 발부기준 강화 등이 그것이다.

우선 박 교수는 검찰이 피해자의 고소·고발 없이 선제적으로 수사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인터넷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타인에 대한 공격인데 공격당한 사람 대신 검찰이 먼저 나서는 셈"이라며 "검찰의 선제적 대응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의 영장 발부기준을 엄격히 해야 한다고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연간 약 10만~20만건의 전자정보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우리나라 법원의 영장 기각률은 1~2%로 미국의 8%보다 매우 낮다"며 "법관이 좀 더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사대상 범죄와 무관한 정보를 검찰이 보는 수색을 자제해야 한다는 점과 현행 '기소·불기소 처분 후 30일'인 통지기간이 너무 느리다는 점도 지적했다.

◇사이버는 개인의 모든 것 담겨진 공간=명확한 기준 설정은 인터넷·모바일 메신저가 예전과 달리 일상생활에 깊숙이 파고든 기구라는 점에서도 필요하다. 메신저 등의 용도가 단순 메시지 전달에서 한 개인의 삶을 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당국과 기업이 머리를 맞대야 하는 큰 이유다.

현재 카톡을 포함해 라인·위챗 같은 국내외 모바일 메신저는 금융결제와 쇼핑·광고 같은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와 같이 수사기관이 대규모 정보를 들여다본다면 사생활이 대거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내 IT 업계는 이런 개선점을 출발점으로 삼아 바람직한 IT 환경을 조성하는 토론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검열을 포함한 최근의 논란에 대해 이제 IT 기업들도 고민을 시작한 단계"라며 "시작을 했으니 논의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협회 차원에서 직접 공동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합의점을 찾는 노력 없이 논쟁만 되풀이된다면 산업 경쟁력을 다시 한 번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최성진 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인터넷 기업들이 법이 허용하는 것을 지키는데도 문제가 된다는 것은 제도를 운용하는 데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한 뒤 "이용자 보호와 수사상의 공익적인 목적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선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