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 들면서 주가가 공모가를 넘어설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회사 차원의 주가 부양의지를 내비친 것은 긍정적이지만 단기 급등 기대감보다는 중장기적인 주주가치의 제고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생명은 전날 보다 3.08% 오른 10만50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삼성생명이 주가 안정을 위해 7월 23일까지 3개월간 자사주 300만주(약 2,910억원 규모)를 장내에서 사들이겠다고 공시하면서 한달 만에 10만원선을 회복했다.
매입 작업이 완료되면 삼성생명은 자사주로 총 600만주(3%)를 보유하게 되며 매입 비용으로 약 2,900억원 안팎의 자본금이 줄어들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소폭 상승하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지표상의 변화보다 전문가들이 주시하는 부분은 수급이다.
자사주 매입은 앞으로 3개월간 하루 평균 4만8,000여주(하루 30만주 한도)의 순매수 주문이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연초부터 전날까지 평균 거래량(23만주)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은 유통주식비율이 32.8%에 불과한데다 기관들의 편입 비중도 낮은 것으로 파악돼 하루 평균 거래량의 20% 안팎을 차지하는 수급이 받쳐준다면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특히 지난해 자사주 매입 당시에는 CJ가 400만주의 물량을 내다 팔았지만 이번에는 이맹희씨의 소송으로 블록매도가 나타날 가능성도 적은 만큼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자사주 매입이 공모가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매물을 떠받칠 수 있는 완충작용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생명은 지난 2010년 5월에 상장했다. 당시 공모가는 11만원. 하지만 같은 해 9월이후 주가가 11만원 밑으로 떨어진 이후 한 번도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생명 주가가 공모가를 회복할 경우 우리사주조합(4.15%ㆍ830만주)ㆍCJ(3.45%ㆍ700만주) 등 주요주주의 차익실현 물량이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삼성생명이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매물이 나오더라도 일부 부담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 자사주 매입 카드로 주가가 단숨에 공모가 수준을 회복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7월 삼성생명이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 들자 증시 전문가들은 공모가 수준을 회복할 찬스라고 호평했지만 사실은 예상과 달랐다. 당시 삼성생명은 사흘간 3.25% 상승하는 데 그쳤고 매입이 진행된 7월18일부터 10월17일까지 주가는 오히려 8% 이상 하락했다. 물론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13% 이상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사주 매입이 ‘주가 방어’ 기능에 그친 셈이다.
따라서 이번 자사주 매입이 보험업종의 상승 모멘텀이 뚜렷하지 않은데다 대내외 변수로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현 장세 등을 감안할 때 적어도 주가의 바닥을 다지는 역할은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태호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유럽위기 우려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던 지난해 대한생명, LIG손해보험 등 일부 보험사들이 자사주 취득 결정 후 수급이 개선되면서 타 보험주와 구별되는 견조한 주가흐름을 보인 바 있다”며 “이번 삼성생명의 자사주 매입은 주주가치 중심의 경영을 재확인하는 사측의 강력한 의지가 표현된 만큼 단기급등 재료보다는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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