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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눈으로 읽는 서양사

■ 서양의 역사에는 초야권이 없다 (김응종 지음, 푸른역사 펴냄)

피가로와 수잔나가 백작의 초야권 요구를 물리치는 내용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양사는 다루고 있는 재료의 특성상 수입된 학문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쉽지 않다. 서양사를 받아들이고 전파하는 과정에서 요리사의 의도에 따라 사실이 조금은 왜곡되는 일이 숱하다. 일본의 한국사 왜곡이 이를 말해준다. 이 책은 우리가 잘못 알고 있거나 편견을 가지고 있는 서양사의 대표적 항목 12가지를 뽑아내 우리가 제대로 보지 못한 이유와 진실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저자는 실재 존재 여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 초야권만해도 우리 나라에선 아무 의심 없이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세에 초야권이 있었다”고 말한 사람들은 근대인들이었다. 봉건 영주를 비판하고 중세 카톨릭 교회를 비판하기 위해 봉건 영주와 성직자들이 야만적인 권리를 행사했다는 사실을 날조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프랑스의 저명한 중세연구학자 알랭 부로의 책을 인용해 저자는 초야권의 실재 여부를 추적한 끝에 초야권은 사실이 아니라 논쟁과 소문의 산물이라고 단정짓는다. 이 책에는 종교를 개혁한 위대한 종교 개혁가로만 알려진 칼뱅이 사실은 타인의 자유를 억압한 인물이며 우리가 암흑기로만 외우고 있는 중세는 사실 자신의 시대를 미화하기 위해 초기 인문주의자의 의도에 따라 암흑기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다는 주장 등이 펼쳐진다. 흔히 자유, 평등과 함께 프랑스 혁명의 3대 정신으로 알려져 있는 박애는 형제애를 잘못 번역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형제에는 박애처럼 인류애라는 의미를 지니고도 있지만 형제와 적을 가르는 무서운 암호로 사용되기도 한다. 프랑스 혁명은 적과 동지를 나누고 적을 학살했다. 프랑스 혁명의 정신에 박애를 갖다 붙이는 것은 혁명의 적으로 몰려 죽은 희생자들의 억울함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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