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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외환시장의 ‘보이는 손’

`보이는 손(Visible hand)`이 움직이고 있다.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의 대표 이론 중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것이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시장경제에는 `가격`이라는 전지전능한 조정자가 있어 그 높낮이에 따라 자원의 최적 배분이 자동 조절된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21세기 국제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보노라면 스미스의 생각은 한낱 이상적 이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마저 든다. 시장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개입`이라는 뻔히 보이는 손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슈퍼 파워를 등에 업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입김과 재무부의 재정정책,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조정, 월가의 헤지펀드, 보수 언론 등 5대 요소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달러가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힘쓴다. 결국 이 5대 요소는 달러가치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보이는 손의 `다섯 손가락`인 셈이다. 무역적자 문제가 심각해질 기미를 보이자 2년 전부터 미 재무부는 달러 약세를 겨냥, 본격적으로 재정적자 폭을 늘리고 FRB는 금리를 낮췄다. 부시 대통령은 위앤화 가치를 높이라고 중국 때리기에 나서는 등 환율 개입을 본격화하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보수 언론들은 뒤에서 맞장구를 쳤다. 이에 따라 달러가치는 폭락하고 최근 제조업은 다시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때 맞춰 월가의 헤지펀드들은 환차익을 노리고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과 일본을 중심으로 달러가치 하락 폭이 과도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시 대통령과 재무부, FRB 등이 올 대선에서 표심을 잃지 않기 위해 당분간은 달러 약세를 방치할 것으로 보이지만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강한 달러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언제든 정책을 변경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문제는 미국의 이 같은 독불장군식 행보를 알면서도 이를 견제할 나라가 거의 없다는 점. 과거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이 손가락을 움직이면 한국 같은 나라는 몸통 전체가 휘청댄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의 위력은 현실과 너무도 동떨어져 있는 셈이다. <김창익 국제부기자 windo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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