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 아데바요르 "경계할 만하네"

그 동안 제 기량을 보여 줄 기회를 잡지 못했던 토고 축구대표팀의 주전 스트라이커 에마뉘엘 아데바요르(22.아스날)는 역시 '요주의 인물'이었다.

아데바요르는 26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열린 카메룬과 2006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비록 팀은 0-2로 패해 8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풀타임을 소화하며 그 동안 감춰왔던 자신의 재능을 뽐냈다.

아데바요르는 2006 독일 월드컵 아프리카 지역예선 최다 득점자(11골)로 주목을받았지만 이번 대회 전 치른 기니, 가나와 두 차례 평가전에 결장하고 지난 22일 콩고민주공화국과 B조 1차전에서도 후반 19분에야 교체 투입돼 그의 참모습을 엿볼 길이 없었다.

게다가 콩고와의 경기 이후에는 스티븐 케시 감독과 불화가 불거져 잔여 경기 불참까지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음을 잡고 그라운드로 돌아온 아데바요르는 토고를 독일 월드컵 본선첫 승 제물로 삼으려는 한국으로서는 단단히 대비해야 할 선수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토고는 강호 카메룬을 맞아 미드필더 숫자를 늘려 수비를 강화하는 4-5-1 포메이션으로 나섰고 아데바요르는 최전방 원톱으로 출전했다.

아데바요르는 전반에는 집중 견제를 당하자 좌.우 측면으로 크게 움직이며 상대수비를 끌어내 2선에서 침투하는 공격수들에게 길을 터주는 역할을 했다.

후반에는 중앙에서 공간을 찾아 침투하며 후방에서 날아오는 한 방의 패스를 노렸다.

190㎝가 넘치는 장신임에도 플레이가 유연하고 몇 차례 빼어난 발재간도 선보이는 등 시종 위협적인 모습이었다.

후반 7분에는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빠져 들어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상황을 맞았으나 방향을 왼쪽으로 튼 뒤 골키퍼의 발에 걸려 넘어져 아쉽게 선제골 찬스를 놓치기도 했다.

한편 늘 불안했던 수비도 이날은 모처럼 안정을 찾았다.

두 차례 평가전과 지난 콩고전 때와는 달리 스티븐 케시 토고 감독은 왼쪽 윙백에 잔잔 아테 대신 뤼도빅 아세모아사, 중앙 수비에 에릭 아코토 대신 마사마소 창가이 등 새 얼굴들을 투입했고 선수 기용의 변화는 바로 수비 안정으로 이어졌다.

비록 두 골이나 내줬지만 이는 카메룬 사뮈엘 에토오의 출중한 개인 기량 때문으로 볼 수 있으며, 토고 수비진이 이전처럼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협력 수비 등 유기적인 플레이도 살아나 결국 토고에 대한 섣부른 판단은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