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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er & war

세계평화운동가인 베트남의 틱낫한(77) 스님이 지난 16일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베스트셀러 `화(Anger)`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한반도 형제들에게 평화의 씨앗을 심으러 방한했다”는 그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정치로는 단련됐지만 평화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해서는 수행하지 않은 사람”이라며 “다른 형태의 전쟁과 고통이 미국에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부시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국제 테러를 차단하기 위한 예방전쟁”이라고 규정했다. 평화 애호가들은 다목적 카드로 미국이 일으킨 이번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 인명과 재산 피해가 최소화하길 바라고 있다. 아울러 어떤 이유에서든지 참혹한 전쟁이 다시는 지구상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다. 특히 북핵 문제 등으로 전쟁 위험이 상존한 한반도에서 살고 있는 우리 민족의 염원은 더욱 간절하다. “전쟁도 화에서 비롯된다”는 틱낫한 스님은 앞으로 보름 동안 한반도에 머물면서 국민평화 염원 걷기명상과 대중강연에 나설 예정이다. 다부진 가운데 온화한 인상을 지닌 그는 최근 설법을 통해 “화가 모든 불행의 근원이며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고 설파했다. 그는 또 “마음의 밭에는 기쁨과 사랑ㆍ즐거움ㆍ희망과 같은 긍정적인 씨앗이 있는 반면 미움과 절망ㆍ좌절ㆍ시기ㆍ두려움이라는 부정의 씨앗이 있다”며 “어떤 씨앗에 물을 주어 꽃을 피울지는 자신의 의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불교에서는 인생살이를 고해(고통의 바다)에 비유한다. 우리는 매일 버거운 문제로 힘들게 살고 있다. 이런 환경 때문인지 밝은 표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는 짜증나게 하는 일이 흔하게 일어난다. 예를 들면 북한 핵 위협, 미ㆍ이라크 전쟁 공포, 증시침체에 따른 자산손실, 운전할 때 교통질서를 지키지 않은 반칙행위, 각종 모럴해저드, 무심코 뿜어내는 길거리 담배연기, 직장 구성원의 무뚝뚝한 표정 등을 들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이 평화수호를 명분으로 강행한 전쟁 공포감이 우리를 화나게 한다. 또한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일부 각료들의 취약점이 드러나 북핵 문제와 국내경제 회생, 세대ㆍ계층ㆍ지역간 갈등해소, 집단이기주의 등 고질적인 난제를 잘 처리할지 걱정이다. 9일 참여정부를 주창한 노 대통령과 평검사 대표단의 생중계 TV토론회에서 `노짱`의 성난 모습을 접한 국민들은 불안한 심정일 것이다. 물론 혈기왕성한 검사들이 대통령을 상대로 ▲검찰에 대한 청탁형 전화 ▲형 건평씨의 인사개입 의혹 ▲디스크 수술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몰아세우자 순간적인 흥분을 자제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대통령도 평범한 인간인 만큼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즐거우면 신나게 웃을 수 있다. 아마 검찰인사권 문제로 취임 후 첫 토론회에 나선 노짱이 화를 내는 것은 기획된 연출이기보다는 정상적인 감정표출로 볼 수 있다. 국민들은 그러나 국내외 상황이 아무리 어려울지라도 노 대통령의 경우 지난 대선 때 TV에 비춰졌던 안정되고 밝은 표정을 기대하고 있지 않을까. 누구나 화가 날 경우 마음의 안정을 찾기가 어렵다. 화가 나면 적당히 화풀이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한다. 화를 제때 소화하지 못하고 쌓아두면 병이 된다. 하지만 국정 최고 책임자나 여야 대표, 각 부처 장관, 회사 대표이사, 교장 등 지도층 인사는 감정대로 표출하는 것보다 좀더 순화된 감정표현이 요구된다. 이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조직 구성원의 사기를 좌우한다. 틱낫한 스님은 “화내는 것도 습관이며 그 연결고리를 끊어라”고 조언한다. 그는 이어 “반드시 화해하고 남을 용서해야 하며 한 사람씩 화를 참으면 전쟁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과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북핵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야 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노 대통령 등 국내외 지도자들에게 `앵거`라는 책을 선물하고 싶다. <황인선(정치부장) hi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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