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중의 과잉유동성을 축소하기 위해 머니마켓펀드(MMF)에 대해 익일매수제를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예고한 가운데 벌써부터 증권사가 운용하는 MMF의 자금이 은행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7월부터 이 제도가 실시되기를 전후해 대규모의 자금이 MMF에서 MMDA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유동성 규제조치가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오르는 풍선효과만 조장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아울러 증권회사의 운용자금이 대거 은행권으로 흘러들어가면 은행권이 이 자금을 활용, 주택담보대출을 늘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여건이다. 18일 본지가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외환은행 등 5개 시중은행에서 판매한 MMF와 MMDA 자금흐름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2일까지 법인 MMF 잔액은 6조1,2188억원으로 7영업일 만에 1,161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이 보유한 법인 MMDA 잔액은 26조3,969억원으로 1조2,678억원이 들어왔다. 이는 단기자금이 증권사 계좌에서 은행의 계좌로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D투신운용의 한 펀드매니저는 “MMF에서 빠진 기관자금이 다음달 초에는 본격적으로 MMDA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달 들어 MMF에서 MMDA로 단기자금이 이동하기 시작한 것은 정부가 7월부터 단기유동성을 규제하기 위해 법인 고객이 MMF에 가입할 경우 하루(1영업일)가 경과한 후 펀드에 편입할 채권 등을 매수하도록 규제할 것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MMF가 4% 안팎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반면에 은행의 MMDA는 이보다 낮은 3.6~3.7%의 금리를 제공하는 바람에 짧은 기간에 대규모 자금을 유치하는 법인고객으로선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제공하는 증권사의 MMF를 선호해왔다. 하지만 다음달부터 익일매수제가 실시되면 증권사의 MMF에 돈을 넣으면 당일 찾지 못하고 하루 묵혀야 하고, 이에 하루분의 이자수익이 사라진다. 따라서 MMF가 규제에 묶이지 않는 MMDA에 비해 환금성 제약으로 인해 불리한 조건에 묶이게 된다. 전문가들은 익일 매수제가 시행되면 지난해 11월 실시된 익일환매제와 더불어 MMF의 실제 수익률을 낮추고 환금성에 제약을 가해 유동성을 중시하는 기관투자가들의 기피 대상이 될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강경훈 금융연구원 박사는 “지난해 단기 부동화된 자금흐름을 잡기위해 익일환매제를 시행했을 때도 별로 효과가 없었다”면서 “이번에도 MMF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MMDA로 이동하겠지만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정책을 내놓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MMF는 상대적인 금리 메리트로 익일매수제 규제를 받지 않는 개인투자자에겐 여전히 선호의 대상이다. 개인투자자의 MMF 보유 잔액은 올 들어 5월까지 2조7,261억원이 늘어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12일까지 3,299억원이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문제는 은행권으로 기관성 단기자금이 몰릴 경우 대출 경쟁을 강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MMDA가 단기상품이기 때문에 장기상품인 대출자금으로 직접 연결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MMDA로의 자금이동이 고착되면 대출재원으로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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