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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지하철 방송의 파열음
입력1999-04-01 00:00:00
수정
1999.04.01 00:00:00
安炳璨(경원대 교수)나는 대학에 갈 때 지하철 3호선을 가장 많이 탄다. 지난 수요일 아침에도 안국역에서 3호선을 타고 종점인 수서역까지 갔다. 문제는 전동차 안 방송의 무질서이다. 이날도 건너편과 좌우에서 문제의 휴대전화 소리가「삐르륵 삐르륵」울려대고 주위 사람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큰 목소리로 잡음을 일으키는 신세대 몇몇, 양복 입은 남자, 30대 여성 들을 보았다.
그나마 휴대폰 소음은 차라리 참을만 했다. 귀청을 울려대는 전동차내 안내방송이 문제였다. 안국역에서 수서역까지 21번을 서고 가면서 신경을 긁어대는 스피커의 파열음은 반복되었다. 이는 무질서의 표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대중 교통을 운영하는 서울 지하철 공사 근무자들의 질서의식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다.
무질서를 볼 때 항상 떠오르는 장면은 파리의 에트왈 광장이다. 개선문을 중심으로 하여 열두 개 도로가 방사선으로 퍼져나가는 파리의 중심이 에트왈 광장이다. 이 광장에서 소용돌이치며 회전하는 차량의 물결이야말로 자유자재한 프랑스의 교통질서를 보여준다. 「오른편 진행 차량 우선권 원칙」하나가 정해져 있을 뿐 열두 개 방사선 도로가 에트왈 광장과 마주치는 교차점에는 아무런 신호등도 표지판도 없다. 출퇴근 시간이면 자동차 수백 수천대가 소용돌이를 만들며 뒤죽박죽 엉클어졌다가 저마다 길을 찾아 열두 방향으로 흩어져 나가는 장면은 가관이다. 개선문을 둘러싼 이 자동차의 혼돈은 무질서가 아니다. 그 소용돌이는 융통성으로 짜여진 자율적 질서의 역동성이다.
프랑스에서 보는 자율적 교통질서는 국경을 넘어 독일로 들어가면 판이하다. 독일의 교통질서는 융통성이 없고 규율적이다. 자동차가 교통질서를 사소하게 위반하더라도 주민이나 행인에게 고발당하는 일이 많으므로 '적당히'는 있을 수 없다. 질서의 상궤를 벗어나는 일을 융통성 없는 독일적 규범은 용납하지 않는다.
프랑스와 독일의 질서의식은 이처럼 대조적인데, 융통성 많은 프랑스 쪽에 점수를 더 주어야 할 것이다. 자율의 폭이 더 크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자율은「방종하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서의 자유를 천명한 인권선언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국 지하철과 국철은 사람이 만들어내는 소음과 무질서가 위험수준을 크게 웃돈다. 자율도 없고 규율도 없다. 방종만 있다. 전동차 안에서 목청을 높여 잡화를 파는 행동은 공공질서를 벗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운영 담당자인 지하철 공사의 무질서는 한 술을 더 뜬 셈이다.
나는 3호선을 비롯한 지하철과 국철에서 차내 방송 파열음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역무원과 차장, 지하철 공사 홍보책임자에게 시정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마이동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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