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주부 하지영(40)씨는 며칠 전 이동통신요금 고지서를 받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요금고지서에 발신자번호표시(CID) 요금이 버젓이 청구됐기 때문이다. 이미 CID 서비스가 무료화 된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황당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해당 통신사에 문의한 결과 지극히 ‘정상적’으로 부과된 사실을 깨달았다. 하씨는 CID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새로운 요금제가 아니라 기존의 요금제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3개월전부터 CID가 무료화됐음에도 불구하고 하씨처럼 정확한 이해 없이 애꿎은 돈을 지속적으로 납부하고 있는 고객들이 상당수에 달한다. 현재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3개 이동통신사 가운데 SK텔레콤은 올해부터 CID 서비스를 완전 무료화 했다. 따라서 SKT 가입자들은 요금제와 상관없이 무료로 발신자번호표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KTF와 LG텔레콤 고객들의 경우 최근에 출시된 새로운 요금제에 가입해야만 CID 무료화 혜택을 볼 수 있다. 현재 매월 KTF는 1,000원, LGT는 2,000원의 CID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아는 고객은 그다지 많지 않다. 실제로 KTF와 LGT 가입자의 상당수가 매월 CID 요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는 셈이다. KTF의 경우 현재 운영중인 요금제는 60여종에 달한다. 또한 지금은 새로이 가입할 수 없지만 몇 년전부터 지금까지 고객들이 사용중인 요금제까지 합치면 약 100여종에 달한다. 이 가운데 CID가 기본으로 제공되는 최신요금제는 12가지다. 따라서 그 밖의 요금제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남들은 공짜로 쓰는 CID 서비스를 위해 불필요한 돈을 낭비하는 셈이다. KTF의 경우 지난 4월말 현재 가입자 1,256만명 가운데 1,117만명은 매월 1,000원씩 CID 요금을 내고 있다. 이는 전체 가입자의 88%에 해당한다. LGT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LGT의 신규 가입자들은 총 15개 요금제를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과거 요금제까지 포함하면 약 50여종에 달한다. 하지만 이 가운데 CID가 무료인 신규 요금제는 13개에 불과하다. LGT의 경우 지난 4월말 현재 가입자는 모두 676만명에 이른다. 이 중 매월 2,000원의 CID 요금을 내는 가입자는 446만여명으로 전체의 65%에 달한다. 이동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회사 홈페이지, 요금고지서 그리고 언론 등을 통해 새 요금제에서만 CID가 무료인 사실을 공지했지만 이를 정확히 인식한 가입자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이용자들이 보다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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