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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IIE 선임연구위원 그래엄 박사 특별강연
입력1997-06-11 00:00:00
수정
1997.06.11 00:00:00
◎“한국 MAI참여 경제개혁 촉진필요”/외국인투자 늘어 기술이전·경쟁확대 등 효과/국내사와 동등대우 문제 등 걸림돌 제거해야세계경제연구원은 10일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선임연구위원인 에드워드 그래엄 박사를 초청, 서울 롯데호텔에서 「범세계적 기업과 다자간 투자협정」에 관한 특별강연회를 개최했다. 그래엄 박사는 한국이 다자간투자협정(MAI)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경쟁촉진을 통한 경제개혁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강연내용.<편집자주>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 12월 싱가포르 각료 회의에서 무역과 경쟁, 무역과 투자정책에 관한 실무단을 조성했다. 이는 국제환경 변화와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관세나 쿼터 등 전통적인 무역장벽은 낮아지는 반면 국제거래에 대해 국경 내부의 새로운 장벽이 점차 중요해졌다는 사실을 세계의 정책결정자들이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그 내부장벽으로는 우선 외국인의 경제활동에 대한 규제나 제한 등 정부의 차별적인 조치를 들 수 있다. 그러나 타국의 수출이나 국제무역을 저해하는 일련의 조치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조항에 저촉되는 것이며, 최근엔 이에 대한 국제분쟁해결기구의 자세가 훨씬 강경해졌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은 아직 WTO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보이는데, WTO의 분쟁절차가 각국 정부조치를 조절할 수 있을뿐 아니라 국내법에 대해서도 효력을 발휘할 정도로 강력하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두번째 장벽은 일반 기업들의 관행이다. WTO가 무역과 경쟁정책에 관한 실무단을 결성한 것은 기존에 뚜렷한 해결책이 없던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시장진입이나 퇴출에 드는 비용등 내부적 경제요소를 들 수 있다. 가령 전력이나 항공기시장의 경우 막대한 진입비용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독점시장을 형성하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전문가들이 이러한 내부 장벽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그 방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는 것은 경쟁의 역할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경쟁이 활발할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경쟁이 활성화할수록 소비자의 선택범위가 넓어지고 기술수준이 향상돼,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이다. 유럽은 경쟁이 경제효율을 달성하는 방법이기는 하나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는 중간적인 입장이다. 반면 중국은 최근의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조치에서도 나타나듯 경쟁을 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한편 한국과 일본은 지나친 경쟁이 시장혼란을 야기하므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최근 경쟁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으며, 이러한 입장 전환이 한국정부의 외국인 투자나 외국기업 진입정책에서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논의중인 다자간 투자협정(MAI:Multilateral Agreement on Investment)은 시장내 경쟁이 많을수록 좋다는 미국의 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즉 미국의 참여로 인해 외국인 진입과 투자확대를 통한 자유화 촉진이라는 MAI의 원칙이 설립된 것이다.
MAI는 아직 불완전한 상태이긴 하지만 다음 네가지 조항을 포함할 것으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적용범위에 관한 항목이다. MAI의 주된 적용대상은 외국인 직접투자(FDI:Foreign Direct Investment)로 외국인 투자가가 경영권을 갖는 국제 투자를 다룰 것이나, 직접투자 외에도 상당히 포괄적으로 적용될 전망이다.
두번째는 투자자 보호에 관한 것이다. 최근에는 각국의 민영화 추세로 문제시되지 않지만 과거 외국인 투자기업의 국유화는 큰 문제를 야기했다. 일례로 닛산자동차는 일본 군국주의 정부가 미국이 투자한 일본현지기업을 탈취한 기업이라는 사실을 지적할 수 있다.
다음으로 참여국에 대한 의무조항이 있다. MAI 참여국들은 외국인투자기업을 국내기업과 동등하게 대우할 의무가 있다. 동시에 각국은 이에 대한 예외조항을 둘 수 있는데, MAI 타결이 올 5월에서 내년으로 연장된 것도 각국의 예외조항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한국은 40개이상의 유보항목을 제시, OECD국가 평균인 11∼12개를 훨씬 웃돌고 있어 협상담당자들간에 한국이 유보조항수를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마지막으로 분쟁해결에 관한 항목인데, 이는 누가 제소 주체가 돼야 할지가 논의대상이다. 대다수 국가들은 투자자에게 타국 정부절차에 대한 제소권을 주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으나 한국은 기존 WTO절차대로 정부에만 제소권을 주는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결국 한국은 예외조항과 분쟁해결에 관한한 독자적 입장을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정부의 협상입장이 국내에서 진행중인 경제개혁 방향과 일치하는 지 재고하기 바란다. 한국이 외국인 직접투자를 조심스럽게나마 환영하는 것은 이를 통해 기술이전, 경쟁확대, 기술파급 효과를 누리고 국내투자자금을 늘려 저축을 증진, 결국엔 성장률을 높이려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목적과 협상에 임하는 한국의 입장에는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한국정부는 아직도 국제협상에서 양보해선 안된다는 생각과 가급적 변화를 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그로 인해 국내 경제개혁의 좋은 기회를 놓치고 있다. 한국의 MAI참여는 국내 개혁을 가속화할 것이며, 이는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서보다는 보탬으로 작용할 것이다.<정리=신경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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