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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두루넷 美 나스닥 직상장 어떻게 가능했나
입력1999-11-21 00:00:00
수정
1999.11.21 00:00:00
이균성 기자
성장사의 첫 페이지를 「국내 최초 미국 나스닥(NASDAQ) 직상장」으로 작성한 두루넷이 앞으로 진행시킬 신화의 줄거리다.「FOR AMERICA」는 이미 끝났다. 나스닥. 첨단기술을 좇아 세계의 돈이 몰려드는 곳. 나스닥을 향해 지난 1년여간 흘린 땀에 대한 보상은 충분했다. 오히려 과분하다 싶을 만큼 그 성과는 컸다고 볼 수 있다.
이제부터는 「ON AMERICA」. 이미 나스닥을 점령하고 있는 거대 기업과 맞서 나스닥 위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일이다. 미래를 그려볼 때 어쩌면 지난 1년여간 흘린 땀은 차라리 하찮은 것이었다. 그만큼 험난할 게 분명하다.
그러나 「ON AMERICA」가 모두는 아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WITH WORLD」. 21세기 화두는 누가 뭐래도 인터넷인 만큼 이를 바탕을 한 국제화를 외면할 수는 없다. 세계적인 협력업체는 물론 고객들과 함께 그 국제화를 성공적으로 풀어내는 게 과제다.
두루넷. KOREA THURNET CO. 이같은 신화를 작성해 나가려는 두루넷의 심장부에는 전문 경영인 김종길(金鍾吉) 사장이 있다. /편집자주
18일 오전 1시30분, 미국 뉴욕시각으로 17일 오전 11시30분.
국내 처음으로 나스닥에 상장된 두루넷의 액면가 2.1달러(2,500원)짜리 주식은 가파르게 치솟기 시작했다. 공모가 18달러(2만2,000원)로 시작해 개장 뒤 10분만에 3배 가까운 51달러까지 올랐다. 이후 40달러 초반대에서 2시간 넘게 등락을 거듭하다 35달러 6센트로 이날 장을 마감했다. 두루넷 주식은 그 다음날에도 안정적인 강세를 지속, 6달러가 오른 41달러를 기록했다.
마침내 국내 기업의 나스닥 상장 역사가 활짝 개막되는 순간이었다.
두루넷이 이처럼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원인을 꼽으라면 단연 김종길(金鍾吉) 사장의 경영수완을 들 수 있다. 경영자로서 金사장의 탁월한 미래비전과 폭넓은 대외활동이 두루넷을 국내 최초의 성공적인 나스닥 상장기업으로 만들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우선 두루넷의 신화를 창조한 계기는 미래비전에 있었다. 두루넷이 해외 투자가로부터 인기를 끈 직접적인 이유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제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사실에 있다. 그러나 두루넷은 원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회사가 아니다. 96년 7월 설립 당시 주력 사업은 회선임대사업이었다. 한국전력이 전국에 설치 해놓은 여분의 통신회선을 필요한 기업이나 기관에 빌려주는 사업이다. 당장 수입이 발생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부가가치가 높지는 않다. 하지만 주력 사업의 물꼬를 부가가치가 높은 초고속 인터넷으로 바꾸어 놓은 일등공신이 바로 金사장이다.
金사장은 97년 9월 대표이사로 부임하자마자 두루넷-한국전력-MS간에 초고속 인터넷 사업을 하기로 3자 계약을 맺는다. 같은 해 국내 처음으로 MS로부터 1,000만달러의 외자를 유치하며 기술도 전수받는다. 그리고 1년 뒤. 98년 7월 빌 게이츠까지 참석한 가운데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의 첫선을 보인다. 이후 두루넷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는 소비자들의 욕구와 맞물리면서 큰 폭으로 성장한다. 98년만해도 2~3만명에 불과하던 가입자가 최근 10만명을 넘어 올해말 11만명에 이르면 총 62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수익성이 높아 2002년 86만명의 가입자로 총 3,1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이같은 미래비전을 투자자에게 적극 홍보한 것도 중요한 성공 요인이다.
金사장은 4명의 회사 관계자와 함께 지난 10월26일부터 22일간 일본·유럽·미국 등 7개국 14개 도시를 순회하며 투자설명회를 개최했다. 특히 150여개 투자회사를 일일이 방문한 뒤 두루넷의 미래비전을 꼼꼼히 설명했다.
두루넷이 나스닥에 가기까지는 정부의 도움도 컸다.
두루넷이 나스닥 상장을 처음으로 준비하던 98년말만해도 국내에서는 나스닥에 대한 정보가 거의 전무한 실정이었다. 특히 주간사인 리먼 브라더스와 부주간사로 CIBC 및 베어스스턴사를 선정한 뒤 앞길은 더 캄캄하기만 했다.
우선 미국 회계기준과 국내 회계기준이 달라 재무 관련 작업을 다 새로 해야 했다. 특히 국내 주식 관련법과 제도도 엉망이었다. 국내 세법에 따르면 두루넷이 나스닥에 상장할 경우 두루넷에 투자한 사람들은 투자이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할 판이었다. 金사장과 두루넷은 정부를 끊임없이 설득했고 정부는 세법, 외환관리법 등을 수정하면서까지 두루넷의 나스닥 상장을 지원했다.
결국 두루넷의 나스닥 상장은 金사장의 탁월한 미래비전과 뚝심, 그리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라는 게 金사장의 생각이다. 『나스닥 상장은 결과가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일부에서는 『이번의 두루넷 나스닥 상장과 초기 거래가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외국 인터넷업체의 경우 더 높게 평가받은 곳도 많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나마 이같은 지적이 나오는 것은 두루넷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앞으로 비켜갈 수 없는 한국통신이나 하나로통신같은 대형 통신사업자와의 싸움에서 결코 유리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루넷이 나스닥에서 안정적으로 연착륙하려면, 그리고 기업가치 25억달러(3조원)라는 평가가 과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려면 나스닥 첫 상장의 영광을 뒤로 하고 다시 팔을 걷어붙여야 할 것이다.
이균성기자GS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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