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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의 외환은행 인수 포기,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 불발 후유증 등 글로벌 금융위기가 남긴 후유증이 한국의 금융 허브(중심지) 전략에도 적지 않은 상처를 주고 있다. 당장 정부가 기대했던 HSBC의 외환은행 인수를 통한 금융산업 업그레이드 전략이 무산되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 속에서 ‘한국의 금융 허브 청사진(Financial Hub Korea)’도 위태해지고 있다. 21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을 시행해 글로벌 투자은행이 출현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조정하고 올해 중 최소 2곳의 금융중심지 선정에 착수한다는 금융 허브 계획이 현재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미 지자체를 상대로 금융중심지 신청에 따른 세부사항을 통보하고 올해 11월 중으로 복수의 후보지를 선정한다는 복안이다. 문제는 금융중심지 선정 이후 정작 유수 외국 금융기관의 유치가 뒤따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그렇게 한국을 희망했던 HSBC조차 등을 돌리지 않았냐”며 “이런 상황에서 해외 유수 금융기관들이 한국의 금융중심지에 둥지를 틀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회의적 시각도 나오고 있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복수의 금융중심지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라며 “하지만 현재 한 곳만 뽑아 정부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지원해도 성과를 거두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금융중심지가 국내용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서울을 동북아 금융중심지로 가꾸기 위해 추진했던 AIG의 여의도 국제금융센터(SIFC) 건설도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AIG가 구제금융을 통해 미 정부 소유가 됐고 향후 분할 매각될 예정이어서 SIFC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는 것이 쉽지 않다. 자통법 시행을 통해 정부가 바라던 투자은행 출현도 장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모델로 삼았던 리먼브러더스 등 미국 투자은행(IB) 모델이 붕괴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이 추구할 새로운 IB 모델을 찾기가 그리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IB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며 “문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특히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국내 금융기관의 경영전략이 안전 위주로 급선회할 것으로 보이는 등 자통법 시행을 통해 기대했던 국내 금융기관 간 경쟁촉진을 통한 금융산업 육성도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설상가상으로 산업은행은의 리먼 인수 무산 등으로 인해 국회에서 산업은행 민영화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산업은행 민영화를 통해 세계와 대적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글로벌 플레이어를 육성하겠다는 야심한 계획을 갖고 있는 상태다. 또 금산분리 완화, 금융지주회사 제도 개선 등 정부가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 일환으로 추진 중인 제도 개선도 국회 논의ㆍ심의 과정에서 통과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등 정부의 ‘파이낸셜 허브 코리아(Financial Hub Korea)’ 청사진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앞서 정부는 국내 금융산업을 올해 초 5년 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금융 중진국, 10년 내 OECD 금융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시킨다는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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