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선생 vs 여제자’(감독 장규성 제작 좋은영화)는 장 감독의 전작 ‘선생 김봉두’와 비슷하다. 시골 초등학교에서 세파에 찌든 선생님과 학생들이 펼치는 발랄한 대결이다. 이 작품 역시 ‘…김봉두’에서 보여준 우리 교육 현장의 어두운 일면에 대한 꼼꼼한 묘사력은 녹슬지 않았다.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우는 만큼 영화는 일단 진지함 이전에 화끈한 웃음 요소들로 관객들과 승부한다. 웃음과 감동의 선사라는, 한국 코미디 영화의 전형을 보여주는 셈이다. 꽃미남 미술교사(이지훈)을 두고 담임 선생님 여미옥(염정아)와 그의 반 학생 고미남(이세영)의 한 판 승부가 기다리고 있다. 다소 유치해 보이는 극적 상황과 함께 영화는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과장된 장치들로 애써 인위적인 모습들을 감추려 하지 않는다. 미남이 미옥에게 대드는 장면에서 교실이 일순간 얼음으로 뒤덮이는 모습이나 아이들의 얼굴을 일일이 잡아내며 화면이 조각조각 나뉘는 장면 등 극 영화에서 잘 시도하지 않는 연출을 구사했다. 눈길이 가는 부분은 영화가 보여주는 교실 풍경들. 시골 선생님들은 서울로 가기 위해 주말반 학원에서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아이들은 변변한 학원도 못 다니며 장사 때문에 집을 비운 부모 대신 혼자 집을 지킨다. 교실에서 선생님한테 혼줄이 난 아이들은 휴대폰 카메라로 체벌 장면을 찍어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 버린다. 영화 속 선생님과 학생은 더 이상 ‘명심보감’ 속 사제지간이 아니다. 주연 배우들은 충분히 제 몫을 해낸다. ‘여선생’ 염정아는 극악스런 계모(‘장화, 홍련’)부터, 팜므 파탈적인 모습(‘사랑한다 말해줘’)을 넘어 이젠 망가질 대로 망가진 노처녀까지 연기의 폭을 넓히고 있다. 영화배우로서 첫 선을 보인 이지훈이나 ‘되바라진’ 초등학생 연기를 코믹하게 그려낸 아역 이세영의 연기에서 역시 큰 흠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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