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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원/유재용 소설가(로터리)

인생의 길, 역사의 길은 선인가 원인가. 인생과 역사는 필연인가 우연인가. 인생과 역사에는 시작과 끝이 있는가 없는가. 또한 인생과 역사는 목적이 있는가 무목적적인가.한낱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 시대, 그 사회를 주도하는 사상이 어느쪽으로 해석되고 인식되는가에 따라 그 시대 그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치관과 삶의 태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올바른 해석은 선과 원의 조화일 것이다. 선은 진행되고 원은 되풀이된다. 그러나 선은 발전이고 원은 답보 정체라고 못박을 수는 없다. 반추를 통해 선의 진행이 빠뜨리고 간 것들을 정리하고 음미하고 반성하고 소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선과 원의 조화는 성찰을 동반한 진행과 발전을 동반한 반복의 지혜로운 합치다. 그러나 선과 원이 조화를 이루지 못해 선은 성찰을 동반하지 않은 무모한 진행이고 원은 발전을 동반하지 않은 무의미한 반복이 될 수도 있다. 인생의 길, 역사의 길이 반복하며 진행하는 것이라고 할 경우 반복은 제자리 반복이 아니라 넓어지고 깊어지고 높아지는 반복이어야 한다. 넓어지고 깊어지고 높아지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진행이고 발전이다. 우리의 삶은 어차피 진행이고 반복이다. 그러나 그 진행과 반복을 스스로 주도하지 못하고 자동벨트에 실려 움직이는 처지임을 느끼거나 깨달을 때 서글퍼진다. 하기야 작은 삶이 아닌 큰 삶의 진행과 반복을 평범한 개인이 주도할 수는 없다. 단지 한몫을 담당해 참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럴 경우 평범한 백성들은 지도적 인사들의 창의성과 실천역량에 기대를 걸게 된다. 지도적 인사들이 이 시대 우리 사회를 선과 원이 조화를 이룬, 발전하는 시대와 사회로 이끌어주기를 바란다. 그렇게 발전하는 새 시대, 새 사회에서 올바른 가치관을 지닌 시민으로서 한몫을 담당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가 되어가는 모습은 어떤가. 성찰이 없는 저돌적 진행, 발전이 없는 동일반복이 판을 치고 있는 느낌이다. 그것은 퇴보에 다름 아니다. 늦지 않게 선과 원의 조화를 회복해 발전의 궤도에 재진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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