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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추사체 탁본으로 환생
입력2004-01-25 00:00:00
수정
2004.01.25 00:00:00
박연우 기자
조선말기 최고의 문인학자며 서예의 거장 김정희가 창출한 추사체는 강철처럼 굳세고 힘찬 붓놀림과 각지면서 굵고 가늘기의 차이가 심한 필획으로 특유의 파격적 조형미를 보여준다. 이와 함께 구성미에 의한 시각적 자극과 함께 창생적 본성을 담아 낸 원초적 생동감을 통해 특별한 감동을 줘 오늘날까지 콜렉터들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그가 제주도 대정과 함경도 북청에서의 10여년간의 유배생활을 끝내고 60대 후반을 보냈던 과천에서의 추사체는 원숙한 달관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선표(이화여대교수, 한국미술연구소소장)씨는 “추사체는 의미 전달에 본질적 기능을 수행해 오던 서예문화를 `미도합일(美道合一)`의 예술적 경지로 전환시키는 촉매적 구실을 했을 뿐 아니라, 회화사에도 영향을 줬다. 특히 과천시기를 통해 완숙한 김정희의 서화세계는 대원군을 비롯한 왕족 및 고위관료와 비양반 출신의 여항문인들에게 전수되어 근대 초기까지 우리 미술사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추사예술의 진면목을 접하고 정수를 만끽할 수 있는 대규모 전시가 열린다. 경기도 과천시가 주최하는 `추사체의 진수, 과천시절-추사 글씨 탁본(拓本)전`이 그것으로 2월4일부터 18일까지 과천시민회관에서 열린다. 탁본 150점이 보여지는 이번 전시에는 70점이 추사가 과천시절 쓴 글씨다. 대규모 탁본전으로 관심을 모으는 이번 전시 작품들 대부분의 원본은 탁본으로만 접할 수 있는 것들이고, 전각이나 누정의 현판작품과 같이 3m나 되는 대자(大字)위주의 작품들로 추사체 특유의 화풍을 만날 수 있다.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도 있다. 추사가 대흥사의 아암 스님의 수제자인 기어자홍과 수룡색성 두 스님에게 보낸 현판으로 `소령은(小靈隱)`이다. 죽기 3일전에 쓴 것으로 기록된 작품도 있다. `판전(板殿)`이라는 글씨로 현재 서울 강남 봉은사의 판전에 걸려 있는 현판이다. 불경등의 경판을 보관하는 전각을 보통 대장각, 장경각으로 불리는데 유독 이곳만은 `판전`이라 부른다. 일 점의 속된 기운이나 조금의 기교가 없어 항상 대해도 실증이 나지 않는 어리숙한 듯한 이 작품은 고졸(高拙)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글씨로 추사가 이 세상에 유언같이 써 놓고 간 글씨로 설명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영복(문우서림대표)씨는 “우리나라에서는 탁본 글씨를 가볍게 보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 추사의 알려지지 않은 좋은 작품은 탁본 글씨로 남아있는 것이 상당수에 이른다. 이번 전시는 이런 친필이 남아있지 않고 탁본만 남아있는 추사 글씨를 전국적으로 수집하고 정리하여 여러 사람들과 같이 감상하고 연구하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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