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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루한 일상…그래도 청춘은 아름다워

연극 '청춘예찬' 오는 27일까지<BR>숨쉴틈 없는 세상서 새 희망 꿈꾸는 바닥인생 그려

오는 27일까지 대학로 블랙박스씨어터에서 계속되는 연극 '청춘예찬'

오는 27일까지 대학로 블랙박스씨어터에서 계속되는 연극 '청춘예찬'

무대에 펼쳐지는 청춘은 봄날 같은 화사함 대신 어둡고 남루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등장 인물들의 몸짓과 말은 역설적으로 모든 청춘은 아름답고 인생의 황금기여야 한다는 것을 항변한다. 부부싸움끝에 황산을 뿌려 어머니를 장님으로 만든 아버지와 사는 청년 동현에게 청춘은 그저 손아귀를 벗어나고 싶은 악마의 품에 불과할 뿐이다. 동현은 한눈에 봐도 불량한 청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버지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며 ‘빈둥거리지 말고 노가다라도 뛰라’고 아버지에게 고함을 지르는, 갈 데 까지 다 간 아들이다. 동현이 현실을 벗어나려고 움직일 때마다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진다. 불량끼가 다분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다 동현은 연민을 느낀 간질환자 다방 레지 근영과 마음에도 없이 살을 부대끼는 밤을 보내고 만다. 하마같이 뚱뚱한 근영은 첫 눈에 동현을 사랑하게 됐다며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고, 결국 비좁아 터진 집으로 그녀를 데리고 온다. 그런 아들을 미친놈이라며 아버지는 무자비하게 발길질을 하고 근영은 발작증세를 일으킨다. 게다가 4년 동안 고등학교 2학년에 머물러 있는 동현을 감싸 안았던 담임선생의 고된 설득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동현을 버린다. 어느 한 구석을 돌아다봐도 현실은 동현에게 숨 쉴 틈을 주지않는다. 술로 허송 세월을 보내는 아버지와 이혼하고 안마사가 된 어머니, 혼자서도 감당하기 힘든 그의 청춘에 비게 덩어리로 얹힌 근영. 하지만 동현은 근영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꿈꾼다. 온 가족은 새로 태어날 아이를 위해 겨우 누울 정도의 비좁은 단칸방 천정에 야광별을 붙여놓고 옛 추억을 회상한다. 이 작품은 초연된 지난 99년에 평론가협회 작품상을 비롯해 2000년 백상예술대상 희곡상 등 굵직한 상을 연이어 수상했지만 무대는 휑하기만 하다. 그래서 바닥 인생들의 남루함이 더 실감나게 느껴진다.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나다. 양아치 같은 동현의 친구들은 과거가 의심스러울 정도의 내뱉는 육두문자들과 행동들에서 섬뜩한 광기를 느낄 정도다. 2월부터 청년으로 새로 무대에 서는 김동현도 세상에 대한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동자와 창백한 낯빛이 대비를 이루면서 연기에 현실감을 더한다.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들려오는 막 내린 무대는 관객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2월 27일까지 블랙박스씨어터. (02)762-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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