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는 등 강세가 지속되자 정부가 에너지 수급안정을 위한 '위기대응 매뉴얼'을 처음 가동했다 지식경제부는 30일 고유가 대응을 위한 자체 위기평가회의를 개최하고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라 '관심' 단계의 경보를 발령했다. 위기대응 매뉴얼은 국제유가 흐름에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8월 마련됐으며 경보가 발령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기대응 매뉴얼의 경보 단계는 유가의 흐름에 따라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모두 네 단계로 나눠진다. '관심'은 가장 낮은 단계로 최근 두바이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5일 이상 지속하면서 발령됐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제원유시장에서 두바이 현물유가는 29일 배럴당 90.56달러를 기록하는 등 21일부터 90달러를 웃돌고 있다. 정부는 '관심' 경보 발령에 따라 '에너지비상대책반'을 구성하고 우선 공공기관의 에너지 절약 실태를 불시에 점검하기로 했다. 또 국제유가를 비롯해 휘발유와 경유 등 국내 석유제품의 가격추이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유가가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100달러까지 진입하게 되면 '주의'로 한 단계 더 위기 대응이 강화돼 분수대와 교량 등에 설치된 경관조명을 비롯해 아파트의 옥탑조명, 유흥업소 네온사인 등에 대한 소등 조치도 함께 취해진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내 기름값도 상당히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가격(29일 기준)이 리터당 1,605원으로 집계됐다. 주유소 경유 가격이 1,600원을 넘은 것은 2008년 10월 이후 2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휘발유 가격 역시 전국 평균적으로 리터당 1,805원에 달하고 있다. 올해 평균 배럴당 75달러를 기록하던 국제유가는 연말로 접어들면서 90달러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는 우선 미국의 경기지표 개선으로 경기회복 기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유럽이나 미국 동부 지역 역시 한파로 난방용 기름 수요가 증가한 것도 주된 상승 요인으로 꼽혔다. 아울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중에 풀린 많은 유동성들이 원유를 비롯한 상품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점도 유가상승을 이끄는 이유로 풀이됐다. 전문가들은 현 유가 수준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관심' 단계 경보발령은 고유가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인 대응 조치"라며 "공공기관의 선도적인 에너지 절약과 함께 민간 부문의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 실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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