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6월 5일 런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14세기 중국 도자기 한점이 22억파운드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에 낙찰되는 일대 사건이 벌어졌다. 중국 도자기가 저평가됐던 당시, 이같이 천문학적인 가격에 사들인 사람은 작은 체구의 일본인 사카모토 고로. 그가 작품을 사들이면서 세계 미슬시장에 중국도자기의 가치가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1923년 관동 대지진이 일어나기 하루전인 8월 31일 요코하마시에서 태어난 고로 씨는 전후 일본 폐허에서 소학교만 간신히 졸업했지만 세계적인 화상(畵商)으로 성공했다. 그가 화상이 된 것은 20대 초반 가짜 일본도(日本刀)를 진품으로 속여 당시 일본에 주둔했던 미군에게 8,500엔이라는 거금에 팔았던 사건이 계기가 됐다. 어머니의 만류로 암거래에서 손을 뗀 후 그는 본격적으로 골동품 상인이 돼 차익을 남기는 노하우를 배우면서 미술품 딜러의 길에 들어섰다. 일본 골동품에서 시작한 그의 사업은 결혼 후 서양 골동품으로 영역을 넓혀가며 고미술 전문가로 성장한다. 책은 일본의 대표적인 화상인 사카모토 고로의 자서전으로 미술품 수집과 판매가 얼마나 많은 실패와 과감한 도전이 필요한 일인가에 대해 그 동안 겪은 체험과 노하우를 드라마틱하게 풀어나간다. 저자는 글을 통해 큐레이터와 화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실패가 얼마나 큰 자산이며, 작가와 컬렉터와의 인연이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는 점을 강조한다. 칠전팔기의 정신을 강조하는 그는 실패로부터 배우라고 거듭 당부한다. 저자는 "고미술품 화상은 마치 복서와 같다"며 "한방에 상대를 쓰러뜨리려 하기보다는 끊임없이 작은 잽을 날리는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기회가 온다"고 말했다. 세계 유명 컬렉터와의 인연을 소개하는 마지막 부분에는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과 만남을 회고하는 에피소드도 실려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