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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下水한 스푼만 있으면 도시의 마약 사용량 알아낸다

"사람이 먹고 마시는 화학물질 대소변 통해 하수로"<br>식생활·생활패턴 파악할수 있는'하수역학' 급부상<br>도시명예 실추·개인 사생활 침해등 사회적 논란도

하수역학은 특정 도시의 불법 약물복용 실태를 드러내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일반인에게 하수는 그저 불쾌하고 더러운 물질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에게는 무궁무진한 자료의 보고(寶庫)다. 사람들이 먹고 마신 모든 것이 하수에 섞여 있어 하수 샘플을 분석하면 평범한 검사로는 알 수 없는 사실들까지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과학자들은 이 점에 착안해 하수를 통한 도시민들의 불법 약물복용 실태 파악에 나섰다. 이들은 티스푼 하나 분량의 하수로 도시 전체의 마약 사용량을 신속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의미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도시의 명예를 지키고 싶은 지역 정치가 및 지방 관료들의 방해와 사생활 침해 논란이라는 장애물을 넘어서야만 한다. 부실한 정보, 부실한 정책 미국 보건복지부가 지난 2006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전체 국민의 8.3%에 해당하는 2,040만명이 그해에 마약복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480만명은 설문조사를 실시하기 전 1개월 내에 마리화나를 피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40만명은 코카인, 73만1,000명은 메스암페타민(MATHㆍ히로뽕)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 4,000만달러가 들어간 설문조사는 불법 약물 유통 예방을 위한 정책의 입안, 재활프로그램 마련, 그리고 관련 예산을 책정하는 데 핵심자료로 쓰였다. 미국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가들도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에 마약복용자 적발건수, 마약류 압수량 등의 자료를 더해 불법약물 유통실태를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입’에 기초한 이 조사결과가 정말 정확할까. 이에 기반한 정책들은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미국 백악관 산하 국가약물통제정책실(ONDCP)의 데이비드 머리 수석 과학자는 “불법행위에 관한 설문조사는 그 정확성에 심각한 오류발생의 소지가 있음을 알고 있다”며 “그렇지만 모든 시민의 소변 샘플을 강제로 채취할 수도 없어 다른 도리가 없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조차 현행 불법약물 관련 정책이 부실한 정보에 의존한 부실한 정책임을 시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난제를 풀어줄 열쇠로 ‘하수역학(sewer epidemiology)’이 급부상하고 있다. 거짓말 하지 않는 하수 하수역학은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바르는 모든 물질 특히 화학물질은 반드시 일부가 대소변을 통해 하수로 흘러 들어간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즉 특정 도시, 특정 지역의 하수를 분석하면 해당지역 주민들의 식생활이나 생활패턴은 물론 마약과 같은 특정 화학물질의 섭취 여부까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이 학문이 학계에 대두된 것은 1999년 미 크리스천 다우튼 환경보호청(EPA) 환경화학부 부장이 발표한 실증논문에 의해서다. 그는 의료 처방약이나 생활용품의 성분이 소변에 섞인 채 혹은 그냥 하수도에 유입됐을 경우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추적한 이 논문에서 인간이 사용한 모든 화학물질은 하수 속에서도 장시간 원래의 성분을 유지하고 있음을 밝혀내 하수역학의 기본토대를 다졌다. 특히 2004년에는 하수처리장의 시료를 직접 분석해 막대한 양의 MATH와 엑스터시 성분을 검출해냄으로써 하수역학 방식의 도시 약물검사 가능성을 대내외에 입증했다. 다우튼은 “모든 인간은 예외 없이 화장실에 간다”며 “하수는 사람들이 저지른 모든 잘못된 습관을 알고 있고 거짓말도 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현재 많은 과학자들은 그의 연구를 토대로 하수역학 약물검사가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데이터를 도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구체적 연구모델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하수역학은 곧 전수검사 샌디에이고 주립대학에 파견 근무 중인 요르크 리커만 스위스 국립과학재단(SNSF) 박사는 현재 하수 속 마약 부산물의 양을 기준으로 도시 전체의 마약 사용량을 정확히 계산하는 수학모델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하루 종일 도시 곳곳을 누비며 맨홀 뚜껑을 들어내고 휴지와 대변ㆍ진흙 등이 뒤섞인 하수 표본을 수거한다. 이렇게 수거된 표본은 또 다른 하수역학자인 제니퍼 필드 오리건 주립대학 박사의 연구실로 보내진다. 코카인ㆍ엑스터시ㆍMATHㆍ옥시콘틴ㆍ모르핀 등의 마약류와 향정신성의약품 17종의 존재 여부 및 함량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곳의 고성능 액체크로마토그래피와 질량분석계는 이 모든 성분을 찾아낼 수 있는 미국 내 유일한 장비로 하수 1ℓ에 포함된 나노그램(ng) 단위의 혼합물까지 정체를 밝혀낼 수 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리커만 박사는 이 약물들의 시민 1인당 평균 사용량을 추산하고 이를 합법적으로 유통된 물량과 비교분석하는 등의 방법으로 샌디에이고 도시 전체의 불법약물 사용량을 도출해내는 것이다. 문제는 이 정보들을 분석하고 판단하는데 수많은 변수가 상존한다는 것. 일례로 마리화나의 주성분은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이지만 THC에는 다양한 변종이 있고 그중 대부분은 평범한 잔디에 들어있는 활성 성분이다. 결국 이 같은 판단상의 오류를 최소화하고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리커만 박사의 최종 목표인 셈이다. 필드 박사는 “기존의 설문조사는 수천만달러의 비용과 1년여의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반면 하수역학은 마치 시민 전체의 소변검사를 실시한 것처럼 정확하고 객관적인 자료를 훨씬 경제적이고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숨기고 싶은 비밀 하수역학 약물검사의 정보분석 기법이 정밀하게 다듬어질 경우 기존의 자연과학적 화학분석법과 사회과학적 역학분석법을 연결해주는 가교가 될 수 있다. 불법약물 복용 및 향정신성의약품 오ㆍ남용 방지를 위한 정부 정책의 효율성을 배가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그 정책의 효과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만일 뉴욕시가 코카인 치료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면 하수 검사로 그 필요성을 입증할 수 있으며 1년 후 재검사를 실시해 센터 운영이 어떤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측면만 보면 정부가 반색하며 하수역학을 지원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현실은 이와 정반대다. 모든 도시들이 하수역학자들의 공식적인 샘플 채취 요청을 거절하고 있으며 이들의 연구를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사례도 벌어지고 있다. 어느 시민도 어느 정치가도 자신의 도시가 마약왕국으로 불리기를 원치 않는 탓이다. 같은 이유로 하수역학 조사가 개인 사생활 침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일부 비평가들은 향후 정부가 전화와 e메일 도청을 넘어 하수도까지 염탐하고 다닐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리커만 박사는 “하수역학이 사회적ㆍ정치적 논란에 부딪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월등히 많기 때문에 머지않아 불법약물 유통실태를 파악하고 관련 정책의 입안을 도와주는 기본 틀로 자리 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수 속에는 무엇이
95%가 물··· 나머지는 유독물질, 세균·약에다 중금속·산업폐기물까지 섞여 하수는 사람들이 지닌 모든 습관을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증거물이다. 과학자들은 이 하수 몇 방울로 수백만 가지의 화학물질을 찾아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특정 도시민들의 생활습관을 역(逆)추적할 수도 있다. 과연 하수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물] 하수의 95% 이상은 순수한 수분이다. 하지만 마시는 것은 절대 금물. 나머지 5%가 온갖 유독물질로 가득 차 있다. [세균] 하수는 대장균ㆍ연쇄구균ㆍ소아마비균ㆍ간염균 등 박테리아의 온상이다. [약] 시민들이 복용한 약물의 일부가 대소변으로 배설돼 하수로 유입된다. 병원ㆍ약국ㆍ의사ㆍ환자들이 남은 약을 하수도에 버리는 경우도 많다. [마약] 코카인ㆍ엑스터시ㆍLSD 등의 마약도 섞여 있다. 과학자들은 하수 한 방울에서 20여종의 마약 성분을 식별해낸다. [살충제] 각종 살충제와 제초제, 곰팡이 제거제, 쥐약 등이 빗물에 쓸려 유입된다. [산업폐기물] 산업체에서 배출한 유독성 산업폐기물도 하수에 유입된다. 제지용 펄프 하나에만 약 250~300종의 화학물질이 들어있다. [세면용품] 샴푸ㆍ로션ㆍ치약ㆍ화장품 등에 함유된 수많은 화학물질이 매년 수천톤씩 하수도로 흘러 들어간다. [고형폐기물] 하수에서는 중금속ㆍ바늘ㆍ콘돔ㆍ생리대 심지어 동물의 사체도 발견된다. 가끔씩 살아있는 악어를 만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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