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외국환은행이 해외 금융기관 아닌 한국은행에서 달러를 빌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단기 해외차입 급증을 막아 환율시장 등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외환보유액의 운용을 맡은 한은이 반대해 실제로 성사될지는 미지수이다. 22일 재정경제부ㆍ한은 등에 따르면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지시에 의해 양 기관은 효율적인 단기외채 급증 대응방안의 일환으로 보유외환을 활용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를 벌이고 있다. 재경부 안의 골자는 달러 공급자 역할을 외국 은행에서 한은으로 바꾸자는 것. 현재 수출업체가 선물환을 매도할 경우 국내 은행이나 외국계 은행의 국내 지점이 선물환을 매수하기 위해 달러를 해외에서 빌려오는 것이 원ㆍ달러 환율 하락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재경부는 한은이 외환보유액을 적절한 금리로 시장에 풀면 국내 금융기관은 달러를 해외 아닌 국내에서 조달해 달러의 급격한 유출입이 줄기 때문에 국내 외환시장도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은 해외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한은도 달러 공급에 따른 수수료 이익, 외환의 해외조달 리스크 감소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논리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단기외채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은과 실무급에서 외환보유액 활용방안에 대한 회의를 수 차례나 가졌고 현재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 어떻게 하겠다고 결정된 것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은은 이 같은 재경부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시장에는 달러 부족에 따른 신용경색 징후가 없는데다 과거 은행권이 달러 매도에만 매달려 수익을 추구해놓고 이제 와서 달러가 모자란다며 지원 요청을 하는 것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올 7월 말 현재 2,548억달러로 중국ㆍ일본ㆍ러시아ㆍ대만에 이어 5위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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