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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세정개혁은 정보공유로 이루자
입력1999-03-29 00:00:00
수정
1999.03.29 00:00:00
玄鎭權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올해만큼 세정개혁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해는 없었던 것 같다. 세부담의 불공평성, 세무부조리 등과 같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이제는 근본적으로 해결하자는 노력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세정개혁이란 세정만을 개혁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사회를 투명하게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수단이다. 거꾸로 표현하면 세정개혁은 우리 사회 전체에 주는 파급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기득권 계층의 저항이 심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세정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개혁에 대한 뚜렷한 목표와 구체적인 전략이 있어야 한다. 복잡하게 엮어져 있는 불투명한 사회를 개혁하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문제를 단순화하여 납세자와 세무공무원간에 정보를 완전히 공유하게 되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는 대부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탈세문제, 세부담의 불공평성, 세무부조리 등의 문제는 납세자와 세무공무원간의 정보가 비대칭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즉 세무공무원이 납세자보다 정보를 더 가지고 있든지 혹은 납세자가 세무공무원보다 정보를 더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이다. 세무공무원이 정보를 더 가지고 있는 경우를 보자. 일반적으로 조세는 어렵다는 인식이 납세자들에게 팽배해 있다. 사용하는 용어부터가 일상용어와는 거리가 있고 표현에 있어서도 불명확하여 구체적인 상황에 적용할 때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므로 납세자는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또한 복잡하게 엮어져 있는 비과세 감면의 규정은 도저히 혼자 힘으로 해독하기가 힘에 부친다.
반면 납세자가 세무공무원보다 정보를 더 가지고 있는 경우를 보자. 이러한 예로 부가가치세와 소득세의 기초자료가 되는 개별 자영업자의 매출액과 이윤을 들 수 있다. 자영업자의 매출액과 이윤은 사업을 하는 본인이 가장 잘 알수 밖에 없으므로 세무공무원이 행정력을 통해 정확하게 파악하기에는 불가능하다. 만약 세무공무원이 자영업자의 매출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자영업자의 탈세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납세자들이 세법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세법대로 자신의 납부액을 계산하고 신고납부하게 되면 세무공무원과 상의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투명한 환경에서는 탈세나 세무관련 부조리는 있을 수 없게 된다.
세정개혁이란 납세자와 세무공무원이 소유하고 있는 정보의 양이 같도록 하는 것이다. 우선 납세자들이 조세에 대한 정보를 더 가지도록 해야 한다. 조세체계의 단순화는 이러한 측면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어려운 조세체계로서는 납세자가 세무공무원 만큼의 정보를 절대 가질 수 없으므로 조세체계를 대폭 단순화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조세체계의 단순화는 세정개혁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인 것이다. 따라서 세제개혁이 수반되지 않는 세정개혁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이 세정개혁 전문가 사이에서 믿음으로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조세체계의 단순화는 절대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꾸준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조세체계의 단순화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고 많은 국가들에서 세제 및 세정개혁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추진 중이며 구체적인 정책방안을 제시하는 데만 5년 이상의 시간을 소요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가 배워야 할 인내력과 추진력이다.
세정개혁을 위한 또 하나의 접근방식은 조세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를 납세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소득계층별로 세금이 어떻게 거두어지는지, 업종별로 조세감면을 어떻게 해주는지 등을 납세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또한 세금을 징수하지 못해 체납액 수준이 세목, 계층 및 직업별로 어떻게 되는지, 세무조사 후에 탈세를 한 사람이 업종, 소득계층별로 어떻게 되는지 알려야 한다. 그래야 납세자들은 조세정책 당국이 합리적인 정책을 입안하는지를 감시할 수 있고 불합리한 조세정책을 입안하려고 할 때 논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조세정보는 세무당국이 세정업무를 효율적으로 집행하는가를 나타내는 성과지표이므로 이러한 지표만을 보고서도 납세자는 세정당국 업무의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납세자들에 대한 홍보 및 교육정책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아무리 조세체계를 단순화해도 본질적으로 어려운 요소들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홍보정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단 30초 동안의 영상광고를 위해 1년 이상 고심하는 민간부문의 전문가와 광고전략을 세정당국에 수혈해야 한다.
납세자가 세무당국보다 정보를 더 가지고 있는 개별 자영업자의 매출액 규모에 대해서는 납세자로 하여금 정직하게 신고하도록 하는 수 밖에 없다. 즉 신고납부제도를 통한 자발적인 성실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세무조사라는 강한 정책수단을 사용하는 것이다. 탈세한 사실이 발각되어 입게 되는 손해가 탈세를 함으로써 얻는 이윤보다 클 경우에는 대부분의 납세자가 성실신고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납세자의 탈세동기를 정확히 파악하고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방법과 처벌수준을 과학적으로 입안하는 것이 세무당국의 정책과제인 것이
다. 세정개혁은 납세자와 세무공무원 간에 정보흐름을 원활하게 하면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정보흐름이라는 정책목표를 좀더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 자료관리체계를 정비하고 세무행정조직과 인사관리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다. 세정개혁이란 어려운 과제를 정보흐름이라는 단순한 지표를 사용하여 추진하는 것이 개혁과정을 효율적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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